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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어떤 사랑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해피 투게더>

 

 

 함께일 때 행복하면 될 것 같다. 딴 건 됐다. 필요할 때만 나를 찾아오더라도, 말이 잘 통하지 않더라도, 아파 죽겠는데 밥해달라 떼쓰더라도, 잠깐 사이에 금세 다른 연인에게 가버리는 사람이더라도, 함께일 때 그 순간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면,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별은 물론 말도 안 되게 힘이 든다. 그러나 공평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딱 행복했던 것만큼 고통스러운 거라고, 세상만사가 다 그런 거라고. 술도 먹을 땐 좋지만 다음날을 힘들게 하고, 담배도 내 미래의 언젠가를 빼앗아 가니까, 행복도 똑같은 거야.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겪을 이별이라면, 이별 후 엄청난 고통이 청구된다 하더라도, 그만큼 행복할 수 있다면 기꺼이 카드를 긁을 것이다.

 

 게다가 행복 때문에 진 빚은 시간이 흐르다보면, 가끔은 다른 행복으로 돌려막기도 하면서 어느 샌가 사라져버린다. 서서히 고통의 강도가 줄어들며 결국엔 아휘(양조위)의 아무 감정 없는 나레이션처럼, 언젠가는 담담하게 돌이켜볼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어떤 사람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내키는 대로 떠나고 돌아오고를 반복하는 보영(장국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는 아휘의 감정을 난 이해할 수 있다. 아휘는 보영과 함께일 때 너무나 행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해피 투게더]

원제 : 春光乍洩

1997

감독 : 왕가위

장국영(보영), 양조휘(아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