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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 픽션>(1994)를 봤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 영화로 94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쿠엔틴 타란티노에게 성공을 가져다 준 이 영화를 그 어느 때보다 성공이 간절한 지금 보았다.
첫 번째 봤을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이 영화는 특히 더 그럴 영화이다. 언제 새로 보아도 새로운 게 보일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빈센트(존 트라볼타)와 미아(우마 서먼)의 트위스트 장면이다. 영화를 보다 말고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트위스트를 추었다. 장기자랑에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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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윌리스가 연기한 부치가 눈에 들어왔다. 복싱 선수인 부치는, 조직 보스와 승부 조작을 거래한다. 일부러 지고 돈을 받기로 한다. 하지만 시합날 부치는 상대방을 이기는 것은 물론 아예 죽음에 이르게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돈만 챙기고 도주한다. 도주하기 전날 밤 애인과 밤을 보낸 부치. 아침에 일어나 짐을 챙기는 과정에서, 애인이 자신이 가장 아끼는 금시계를 챙겨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집으로 금시계를 찾으러 간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일부러 지는 것 따위는 절대 하지 않는 감독이다. 자신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을 발표하고 받았을 수많은 ‘고의패배’ 제의를 아마 모두 거절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그 영화 관계자들, 그리고 관객들을 흠씬 두들겨 패버린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돈도 챙긴다. 그리고 뿐만 아니라 황금종려상까지 챙긴다. 실리를 챙긴 부치가 목숨을 걸고 금시계를 찾으러 되돌아가는 것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깟 금시계가 뭐라고.” 쿠엔틴 타란티노가 대답한다. “난 다 가질 거야.” 그리고 다 가지는데 성공한다. 다음번에 이 영화를 볼 땐 어떤 것을 보게 될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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