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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레디 플레이어 원> 관람. 3D나 4D로 정말 정말 보고 싶었지만, 예전에 특가 예매권을 미리 사둔 게 있어서 어쩔 수 없이 2D로 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관객이 많았고, 생각보다 상영 내내 영화관이 조용한 편이었다. H가 파시발과 아르테미스의 심박수를 비교해보는 장면, 그리고 IOI 대장 소렌토가 가랑이를 맞고 아파하는 장면 등을 제외하면 딱히 관객들이 터지는 장면이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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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나 4D로 봤다면 좀 더 적극적인 관객이 될 수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난 원래 3D나 4D를 좋아하지 않는다. 좋은 영화는 기술을 타지 않는다, 고 생각한다. 그러나 <레디 플레이어 원>의 경우, 초반 레이싱 장면만큼은 하이-테크놀로지로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쥬라기 공원>의 티렉스, 그리고 킹콩 등이 나와 때려부수고 난리를 치는데 4D였으면 놀이기구 타는 기분에 신났겠다 하는 생각. 그렇다. 4D나 3D로 즐기는 순간, 나는 그것이 영화가 아닌 다른 것, 놀이기구 같은 다른 것이 되어버린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영화는 2D이다’라고, 영화의 정의에 ‘2D 영상 매체’라는 말을 넣자고, 선언하고 싶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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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의 레이싱 장면을 제외하고는 딱히 3D가 필요한 장면은 없는 것 같다, 라는 말로 이제 이 영화의 비쥬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그만둘 생각이다. 이 영화는 너무나 비쥬얼적으로 인상적인 영화이다. 그리고 그것만을 위해서 만들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쥬얼 얘기를 하나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끊임없는 이야기 거리가 나올 영화라고 생각한다. 정말 스티븐 스필버그는 너무 너무 너무 대단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매 영화를 이렇게 할 얘기가 넘쳐나는 영화를 만들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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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긴 글을 쓸 것이기 때문에 일기에는 (수많은) 단상 중 (겨우) 하나만을 적어놓는다. VR의 전성시대가 멀지 않은 이 시점에, 항상 너무 늦지도, 너무 이르지도 않게 시의적절한 화두를 던져내는 이 감독은, 2045년이라는 애매한 근미래를 시간배경으로 한 영화를 발표했다. 우리는 이 영화에서 무엇을 읽어야 할 것이고, 감독의 질문에 어떤 대답을 내려야 할까. 나도 하루 빨리 가상 세계에서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고 싶다? 음 초등학생이 할 법한 대답이다. 아니야. 난 가상 세계 따위 믿지 않아. 저런 세계에 속아 넘어가는 어리석은 것들. 난 현실의 삶을 살거야. 몇 학년이라고 정확히 특정할 순 없지만 역시 그리 성숙한 답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세상은 게임이 될 것이고, 우리는 말 그대로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할 것이다. 어떻게? 즐기는 막대기(joystick)로. 무엇을? 인생 그 자체를. (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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