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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김한우 (영화 일기)

5월 28일. 7인의 사무라이(1)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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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七人)를 봤다. 무려 54년에 만들어진 영화. 그럼에도 너무 재밌었다. 이게 일본이 전쟁에서 패망한지 고작 9년 뒤에 나온 영화라는 게 말이 되나. 일본은 진짜 특정 분야에선 한참 앞서있는 것 같다. 뭔가 넘볼 수 없는 그들만의 오리지날리티가 있다. 그게 너무 부럽다. 그러나 요즘의 일본 영화는 뭔가 아쉽다. 아니 별로다. 아니 요즘이 아니라 난 한 번도 일본 영화에 마음이 움직인 적이 없다. 최근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있다곤 하지만. 모르겠다. 오즈 야스지로, 그리고 구로사와 아키라의 느낌이 아니다. 그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이렇게 대단한 영화가 있었는데, 그들의 영화는 왜 다른 쪽으로 오리지날리티를 발산하고 있는가.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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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만큼 <7인의 사무라이>가 좋았다는 얘기다. 영화는 3시간 20분 정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는데, 수긍이 가는 길이였다. 오랜만에 길이가 수긍이 가능 영화였다. 줄거리 상 쓰잘데기 없는 부분이 없었고, 무엇보다 장면의 매순간이 살아있다. 등장인물들이 활발히 움직이며 카메라 움직임도 멋있다. 멋있는 카메라 움직임은 오랜만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영화엔 특수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어벤져스>들과 비교해보자. <어벤져스>는 화려하다. 매순간이 살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100% 특수효과 덕분이다. 하지만 우리는 <7인의 사무라이>54년 영화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한다. 특수효과는커녕 제대로 된 소품 하나 없는 시대라는 거다. 이 영화에는 사람 그리고 자연이 나올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영화가 풍부하고 꽉 차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사람들의 달리기이다. 이렇게 열심히 뛰는 것은 처음 본다. 열심히 뛰는 게 느껴진다. 아니 어쩌면 뛰는 것밖에 열심히 할 수 있는게 없는 것일 수도 있다. 2PM의 이 노래 가사를 빌려 줄 수 있을게 뛰는 게 밖에 없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한국 축구 친선경기가 있었는데 2:0으로 이긴 모양이다. 곧 월드컵 시즌인데, 같이 볼 사람 있을라나. 영화는 혼자 보는 게 좋지만 축구는 누구랑 같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