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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즐기는 영화~ <스파이>를 봤다. 폴 페이그 감독 영화. 잘 아는 감독은 아니다. 이 감독의 작품 중엔 <내 여자 친구의 결혼식>이라는 정통 미국식 코미디 영화 한 편을 봤었었다. 내 의지로 봤던 건 아니고, 영화 모임에서 모두 함께 볼 영화를 고르다 어쩔 수 없이 봤었던 영화다. 제목만으로도 내 기준에서 절대 골라 보지 않을 영화임이 확실했고, 실제로 영화도 역시 그랬다. 원래 코미디를 별로 선호하지 않을 뿐더러, 미국 여자들이 대거로 등장해 농담 따먹기 하는 영화는 특히 안 좋아한다. 이건 차별이 아니라 취향이다. 하지만 <내.여.결>은 그런 코미디 영화 자체로서는 볼만한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마지막 감동 포인트도 마음에 들었었다.
오늘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파이>를 고른 것은, 그런 영화를 찍은 감독의 작품이었지만, 아무래도 제목이 ‘스파이’라, 그리고 포스터에 그려져 있는 배우 두 명이 주드 로와 제이슨 스타뎀이라, 망설임 없이 영화를 골랐던 것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시작한지 몇 분 만에 속았찌~ 라며 분위기를 바꿔 버린다. 오프닝 크레딧에 가장 먼저 뜨는 이름은 주드 로와 제이슨 스타뎀이 아닌 멜리사 맥카시(Melissa McCarthy)라는 생소한 이름. 하.. 이 영화 역시 여 주인공 코미디 영화였던 것이다. 멜리사 맥카시라는 배우는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에서도 인상적으로 나온 배우 중 한 명이었다. 좋다기보다는, 인상이 깊었다. 우리나라에선 절대 나올 수 없는 배우. 아니 유명해지고 인기 있기 어려운 배우. 우리나라에서 이 배우와 같은 체격을 가진 여자 배우가(김혜리 기자는 이 배우를 두고 XL 사이즈의 여성이라고 표현했다) 스파이 영화의 주연으로 나와 인기를 끈다는 것은 성립할 수 없을 것이다. 100% 애초에 투자부터 받지 못 할 것 이다. 그래서 <스파이>, 그리고 폴 페이그 감독의 영화가 내 취향이 아닌 것임은 분명하지만, 이런 영화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비슷한 영화로는 <미녀는 괴로워> 밖에 없는 것 같다. 그것도 김아중 배우가 나와서 인기였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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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스파이>는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보다 미국식 더티 유머 수위가 좀 낮아 거부감도 덜 들었고, 보면서 자주 웃었다. 멜리사, 그리고 멜리사와 함께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에 함께 출연했던 로즈 번의 막말은 당연했고, 제이슨 스타뎀의 코믹 연기가 참 재밌었다. 또 피터 세라피노윅이라고 이탈리아 요원 연기를 한 배우가 있었는데, 이탈리아 변태 남자식 개그가 너무 웃겼다. ‘and 주드 로’는 거의 특별 출연에 가까웠는데, 그 와중에 너무 잘 생겼다. 자주 흘러내리는 앞머리가 너무 매력적. 그 외에 <블루 재스민>에서 샐리 호킨스의 양아치 남친 연기를 했던 바비 카나베일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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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의 김혜리 기자도 그렇고, 사람들은 주로 이 영화에 대해 여성의 편견을 뒤집어 풍자하는 코미디 영화로 보는 것 같다. 당연한 평가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것보다 이 영화를 높게 평가하고 싶은 건, 이렇게 코미디가 전혀 불편하지 않았던 영화가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스파이>에선 현실의 약자가 강자를 거침없이 코미디의 대상으로 사용하고 있고, 강자는 약자를 비꼬는 대신 스스로를 한없이 깎아 내리고 있다. 이게 바로 코미디의 이상향이 아닐까. 약자는 강자를, 강자는 강자 스스로를. 그렇게 약자는 강해지고 강자는 약해지며 모두가 평등해지는 그런 세상. <스파이> 같은 영화가 더 많아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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