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것: 인생게임 - 상속자 (2016.07.17.~2016.07.24) sbs 교양
‘리얼리티 인생 게임’은 새로운 장르가 아니었지만 '게임 in 교양프로그램‘은 나름 새로웠다. <인생게임 상속자>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9명의 일반인을 계급 사회에 넣은 뒤 그들이 우승을 겨루는 것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다. 계급은 상속자-정규직-비정규직 등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계급별로 능력과 역할이 달라 그로 인해 생기는 갈등이 프로그램의 주를 이룬다. 게임 규칙상 상속자와 정규직이 게임을 월등히, 그리고 영원히 유리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데 그 운명의 첫 상속자는 운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이 게임의 포인트다.
운은 공평하다. 확률은 과학적(?)으로 공평한 것이기 때문이다. 9명의 참가자들이 막강한 권력을 가진 상속자가 될 확률은 1/9였고 그 확률은 당연히 모두에게 같았다. 우리가 어떤 부모로부터 태어날 확률의 수치를 계산할 순 없으나 확실한 건 그 결과가 공평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태어나보니 아빠가 이건희, 빌게이츠인 건데 그것은 운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아무도 그에게 뭐라 할 수 없다. 우리가 태어날 때 물고 나온 수저의 종류가 무엇인지는 그저 운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은 공평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렇듯 인생에서 첫 계급이 정해지는 것이 아무 문제가 없는 공평한 게임이었다면, 지금의 불공정한 사회의 진짜 문제는 그 게임의 승자가 너무 많은 권한을 가진다는 것이었다. 상속자는 집값과 물가를 맘대로 설정할 수 있고, 공동 노동을 통해 얻은 이익을 아무 일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분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진짜 불공정한 것은 이런 규칙이었는데 출연자들은 그것에 문제를 제기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저 개인의 이득만을 노리다 서로 악감정만 생기게 돼버렸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최삼호 PD 또한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불공정한 게임의 룰을 공정한 쪽으로 조정하려고 움직이지 않을까” 예상했다고 하지만 이미 자본주의 체제에 길들여진 우리는 그런 생각을 쉽게 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자본주의는 악마다’라는 생각이 든 것은 아니다. 지금의 제도는 ‘인간의 이기심’을 전제하고 있는데 나도 이기심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 또, 권력을 가진 사람이 어느 정도 힘이 있어 그의 이기심을 발휘하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이기심을 제한할 수 있는 규칙들, 그리고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규칙들이 많이 만들어져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다큐에서 마무리 지은 방향이 최악이었다. ‘인간성’ 때문에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인생 게임>은 참가자(ID:강남베이글)이 그의 ‘인간성’ 때문에 호감을 얻어 우승할 수 있었다고 정리했는데, 사실 그는 딱히 게임 상금 천만원에 목숨을 걸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아무 욕심을 보이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 때문에 얻은 상금 전부를 써도 아직 500만원이 학자금 빚이 남는 참가자(ID:샤샤샤)는 돈만 쫓는 악바리, 돈 때문에 인간성을 저버린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다른 참가자들이 단순히 3박4일의 게임을 즐기러 왔던 것이라면, 이 참가자는 앞으로의 인생, 그녀의 미래를 걸고 게임에 임했던 것이었다. 사회, 제도를 비꼬자 만든 좋은 프로그램의 마무리를 고작 ‘개인의 실패’로 포장하다니. 같은 방송사 ‘그알’을 따라하려다 망한 것 같다. 같은 MC를 데려온다고, 아무리 촌철살인 같은 자막을 넣는다해도, 그것과 같아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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