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다. <보이후드 (Boyhood, 2014)>
보이후드 (Boyhood, 2014)
영화는 시간의 예술이란 말이 있다. 영화는 감독이 고른 순간들의 모음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다고 했다.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는 영화는 영화 속의 시간이 현실의 시간과 일치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지 않았나 싶다.
‘시간’이란 소재에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시간이 가는 게 아깝고, 지나간 소중한 시간을 잊지 않고 싶었다.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아무리 사진을 남기고 일기를 써보아도 완벽한 저장에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접했을 때 느낀 첫 감정은 ‘부러움’이었다. 한 남자 아이의 6세부터 18세까지를 담을 영화에, 실제 6세인 아이를 섭외하여 12년간 1년마다 영화를 촬영한 것. 이보다 더 완벽한 기록이 또 있을까. 요즘 사생활 침해다 뭐다 CCTV가 여기 저기서 촬영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은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것을 피하고 싶으면서도 또 내 일거수일투족이 저장당했으면 좋겠다는 감정을 느꼈다.
두 번째 느낌은 ‘그리움’. 이 소년의 유년기는 미국에서는 '보통'의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나와는 많이 달랐다. 태어난 나라와 문화가 다르고 이혼한 부모님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내 어릴 적을 떠올리게 했다. 피부, 머리카락, 눈동자 색깔이 달랐지만, 이사를 가는 장면, 부모님이 다투는 모습을 몰래 보는 장면, 친구들과 어울려 방황하는 모습들이 나의 유년기를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특히,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회자되는 장면, 소년의 엄마가 아이를 키우느라 흘러가버린 자신의 인생에 대해 한탄하는 장면은 내 부모님을 떠올리게 했다. 아마 많은 이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내 보이후드, 애초에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안타깝지도 않았다. 단지 12년간 기록된 주인공의 유년시절을 보며, 돌아가지 못하는 것보다 '기억도 못할 거다' 라는 사실이 슬펐다. 그래서 자꾸 페북이나 싸이나 어따가 자꾸 이런거 쓰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