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유색 인종 전용 화장실이 있던 시대 <히든 피겨스>

김한우 2017. 3. 31. 18:18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2016)

 

감독 : 데오도르 멜피

 

출연 : 타라지 P.헨슨 / 옥타비아 스펜서 / 자넬 모네 / 마허샬라 알리 / 커스틴 더스트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차별 화장실은 고등학생 시절, 학교 1층에 있던 선생님 전용 화장실이다. 조금 깨끗한 느낌이 든다는 것 빼고는 그렇게 특별히 좋은 화장실은 아니었는데, 왠지 모를 반항심에 몰래 그 화장실을 사용하곤 했다. 하루는 일보러 몰래 또 그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아뿔싸 좌변기 칸에 사람이 있었다. 그렇지만 깨끗한 좌변기를 사용하고 싶은 마음에 바깥에서 눈치를 보며 기다리기 시작했는데. 그런데 얼마 후 문이 열리고 나온 사람은 선생님이 아닌 교복 입은 학생이었다. 야 너도?반가웠고 기뻤던 것 같다.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 그 때 평소보다 더 시원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 <히든피겨스>는 세 명의 흑인 여성을 중심으로 사회에 있을 법한 여러 케이스의 차별을 보여 주는 영화다. 유리천장, 곳곳마다 쓰여 있는 ‘COLORED' 팻말 등, 지금 생각하면 너무한 것들이 많지만,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화장실이었다. 주인공 캐서린 존슨은 자신이 일하는 건물에 유색 인종 전용 화장실이 없어서 하루에 서너 번씩 800m를 달려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에 간다. 나처럼 몰래 다른 화장실을 이용할 생각은 꿈에도 못 꿨던 시대. 영화엔 마침내 화장실 앞에 붙어 있던 '유색 인종 전용' 팻말이 떨어져 나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이 그 때 그 것만큼 시원하지 않을 수 없다. 식사중이었다면 죄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