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플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사람들.
<더 플랜> 2017
감독 : 최진성
(제작, 출연한 김어준 총수, 언론인)
전 글에 덧붙여.
영화는 “이상한 점이 있으니, 대통령 선거도 무효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당선된 후보 측에서 저지른 짓이라고도 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숫자를 보여주고, 이상하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당선된 후보를 뽑았던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기 위한 전략인 것 같다.
"당신이 한 선택은 정당한 선택이었어요, 당신의 선택을 비난하지 않아요."
난 모두를 곤란에 빠뜨리게 한 선택을 한 사람이 마땅한 비난을 받고, 그 선택을 말렸던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선택을 한 사람들 중 일부는, 자신이 남에게 피해를 준 선택을 했다는 걸, 이 사태를 초래하는데 일조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을 1초도 못 견뎌한다. 자신은 그 순간 그 때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고, 그때의 나는 옳았다,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 라고 생각하는 오만함. 어느 순간엔 그런 모습을 보고, 그 오만함을 가진 사람들이라 애초에 그런 선택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시각으로 그들을 대하면 더 이상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테니 그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사실 이것도 슬프다. 왜 항상 피해를 본 사람이 참아야 하는가.
따지고 보면 영화를 만든 무리 또한 피해를 본 쪽에 가까운 사람들일 테고, 그리고 그들 역시 슬픈 선택을 하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좋은, 혹은 어쩔 수 없는 전략으로 보이지만 씁쓸하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면 이런 착한 전략이 애초에 그 사람들에게 통할지도 의문이다. 물론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인정하지 않을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잘못한 사람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도 정말 화가 나지만, 무엇보다 본인이 앞으로도 떳떳해하며 남은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는 게 분하다.
득만 취하고, 그로 인해 생긴 외부효과에 대한 책임의 무게는 지지 않으려는 사람들. 자기가 아무데나 똥을 싸지르고선, 좋은 화장실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며 스스로 치우지 않는 사람들. <더 플랜>의 선택은 이해한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언론인으로서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선택이었을 거고 나 또한 효과적이었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못내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