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SNS가 제일 나쁜 놈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2017)
감독 : 변성현
제목으로 보나 포스터로 보나, 칸영화제에 초청되지 않았으면, 스킵했을 영화다. 입소문도 딱히 나지 않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 그놈의 이름값이 뭔지. 칸영화제라는 이름이 나를 꼬셨고 팟캐스트에서까지 다뤘다. 역시 일단 유명해지고 볼 일이다.
감독이 요새 좀 유명하다. 과거에 트위터에 잡소리들을 늘어놓은 것이 뒤늦게 밝혀진 게 원인이다. 여러 발언이 고루 문제지만 특히 대선 때문에 영화 홍보가 되지 않아 대선을 미루라는 발언과, 데이트 전에는 홍어를 먹으라는 도저히 맥락을 알 수 없는 헛소리가 눈에 띄었다. 아무튼 그래서 홍역을 치루는 중이다. 네이버 영화 평점란에는 별점테러가 되어 있다.
나는 이 사건을 알기 전에 영화를 봤고, 영화는 수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슈를 알았다 하더라도 감상이 변하지 않았을 것 같은 정도로, 좋은 작품이었다. 괜히 칸영화제가 초청한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 (트위터만 안 했으면 훨씬 흥행했을 텐데.) 뻔해보였던 이야기를 독특한 스타일로 풀어냈다. 기발한 앵글과 촬영기법 등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었다. 요즘 영화에서 캐릭터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고 있는 중인데, 캐릭터가 살아있으니 이야기가 단편적이거나 예상 가능해도, 서사가 흥미로워 진다.
역시 주인공 캐릭터들이 특히 매력있다. 임시완 배우의 완전 새로운 모습,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를 잘 표현했다. 여러 장면들이 인상적이었지만 강한 연기 사이에서도, 눈물 연기가 기억에 남는다. 제대로 설득 당했다.
설경구 배우에게도 나름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한다. 설경구 배우가 연기한 한재호 캐릭터는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는데, 처음엔 어색했다가도 마지막엔 더 듣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김희원 배우는 인상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에 달인이다. 꾸준히, 악역을 개성 있게 만드는데 성공한다. 특별출연 한 허준호 분은 큰 분량은 아니었지만 엄청난 포스를 뽐낸다. 너무 멋있고 정말 반했다.
이경영 배우는 이경영 그 자체였다. 사실 이거슨 칭찬이 아니다. 항상 하던 거 하셨다는 뜻. 다른 역할 좀 하셨으면 좋겠긴 한데. 또 생각해보면 이런 역할에서는 대체할 사람 없이 원탑인 것 같긴 하다.
마지막으로 그 외에 눈에 띈 배우는 최선장 역할을 한 최병모 배우 분. (사진 오른쪽) 딱히 이유는 없고 그냥 기억에 남는다.
연기 보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 한 영화다. 언더커버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이유로 <신세계>와 비교가 많이 되는데, 나는 <킹스맨>에 더 가까운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독특한 스타일, 개성 있는 캐릭터, 그리고 약간은 비현실적인 액션장면까지. 속편 제작을 해도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한 번 감독의 행실이 아쉽다. 역시 SNS는 하지 않는 게. 요즘은 SNS가 제일 나쁜 놈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