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아이언맨 은퇴각? <스파이더맨 : 홈커밍>

김한우 2017. 7. 16. 18:27

 

스파이더맨 홈커밍 Spider-man : Homecoming (2017)

 

 

<스파이더맨 : 홈커밍>을 통해 아이언맨의 은퇴를 보다

 

 

 

- 아이언맨의 은퇴를 대비한 <스파이더맨 : 홈커밍>의 영리한 전략

 

 <스파이더맨 : 홈커밍>에서 가장 가슴을 찌르는, 그러면서 한편으론 가장 오그라든다고 표현할 수 있는 대사는 전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그런 것들과 거리가 멀었던 토니 스타크의 입에서 나온다. "수트 없인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너는 더더욱 수트를 가질 자격이 없어.” 토니는 자신의 아들 뻘인 피터 파커에게 이 대사를 뱉은 후,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한 말이 아버지가 했을 법한 말이라고 혼잣말을 한다.

 

 어벤져스의 다른 어벤져들은 일련의 자격 테스트나 인성 검사, 인사청문회 따위를 거치지 않고 지구의 운명을 책임지게 되었지만, 마블은 스파이더맨에게만큼은 검증의 과정, 나름의 인턴쉽을 거치게 한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 유일한 이유로 보이는데, 우리나라면 모를까 미국에서 나이를 따진다는 게 딱히 현실성이 느껴지는 설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영화 한 편의 이야기로는 딱 좋았다. 성장물에 흔히 쓰이는 장면이 몇 있어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긴 러닝타임을 시계 한 번 보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영화였다.

 

 영리한 전략이라고 박수쳤지만 더 주목해야 할 것은, '14살짜리 철없는 히어로'라는 설정을 가진 캐릭터가 이번 <홈커밍>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벤져스 시리즈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것이다. 그저 단체 전투에서 적군 몇 명을 맡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스토리에 끼치는 큰 영향 말이다.

 

 일단 표면적으론, 이동진 평론가의 한 줄 평대로 점점 DC 코믹스마냥 진지해지고 무거워져가는 시리즈에 약간의 가벼움을 줬다는 것이 가장 드러나는 점이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언맨에게 준 영향이다. 아들 같은 캐릭터의 등장으로 인해, <홈커밍>에서 그는 내내 베이비시팅을 하느라 바빴고, 꼰대 같은 대사와 행동들을 보여준다. 가장 자유분방하고 제멋대로였던, 그리고 그게 엄청난 매력이었던 아이언맨이 꼰대로 변하는 데에, 철없는 스파이더맨의 등장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아이언맨이 변하고 있다? 나는 이 모습을 보고 아이언맨의 퇴장, 혹은 배우 교체가 떠올랐다. 여기저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이언맨 은퇴가 언급되고 있는 요즘이다. 마블의 수장인 케빈 파이기는 부인했지만 딱히 신뢰가 안 간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안 난다고 분명 괜히 나오는 얘기가 아닐 것. 그저 시리즈의 인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걸로 보인다. 필시 내부적으론 대책을 마련했을 터, 그리고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이 바로 그 핵심 대책 중 하나로 보였다.

 

 시리즈가 계속 될 때마다 추가되는 아이언맨의 새로운 기능에 놀라고, 그 수트의 능력이 아이언맨의 큰 매력포인트인 건 맞지만, 나는 그것보다 그 본체(?)인 토니 스타크의 매력이 아이언맨 캐릭터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로봇은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다. 애초에 토니 스타크의 매력이 없었다면 아이언맨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 아이언맨의 매력 포인트를 서서히 희석하고 있는 것을 보며, 마블이 그를 전체적 스토리에 거치적거리지 않게, '' 떠나보내려는 단계를 밟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처럼 나 또한 어벤져스 중 아이언맨을 가장 사랑하고, 그가 떠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그의 은퇴가 예상되는 이 시점에 나온 하나의 대사가, 이런 불순한 생각까지 하게 만들어버렸다.

 

 마블이 어떤 방식으로 아이언맨을, 또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멋있고 말이 되게 떠나보낼지는 모르겠다. 그건 영리한 마블 윗분들이 뭐 알아서 잘 하시겠지. 사실은 진심으로 그가 아이언맨으로 영원히 남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하지만 혹시라도 언젠가 그가 떠나는 날이 온다면 그건 아이언맨의 100% 자의적인 결정일 테고, 그 결정의 밑바탕엔 분명 그가 철없는 소년을 케어하며 겪은 심리변화가 깔려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번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완벽한 조각이다.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혼자 마블의 큰 그림에 감탄해버렸는데, 한편으론 그 상상이 틀리기를 바라고 있다. 다음편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