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여배우는 오늘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여배우는 오늘도>

김한우 2018. 1. 22. 19:45

 

 

 

 

여배우는 오늘도

 

 '연기파 배우'. 배우 문소리를 설명할 때 흔히 따라붙는 수식어이다. <여배우는 오늘도>를 선보이며 한 인터뷰에서 문 배우는 이에 대해 이상함을 느꼈다고 한다. 마치 '요리파 쉐프'처럼. 문 배우의 말마따나 두 단어는 모두 모순을 가지고 있는 이상한 단어로 보이지만, 현실에선 '요리파 쉐프'라는 단어는 쓰이지 않고, '연기파 배우'라는 단어는 자주 쓰이곤 한다. 이는 요리력이 부족한 쉐프는 살아남지 못하는 반면, 연기 실력이 부족한 배우는 그렇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2002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의 한공주 역으로 제5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받은 문소리 배우는, 2011년 출산과 육아 과정을 겪으며 한동안 영화현장과 멀어지게 되는데, 그 때 큰 무력감을 느끼며 원인을 자신에게 돌렸다고 한다. 연기력은 인정받은 내가 지금 이 상황인 건, 내게 매력이 없어서일 거란 생각. 하지만 문 배우는 상심에 빠지지 않고 영화 연출 공부를 했고, 그런 생각들을 영화로 승화시켰다.

 

 그래서 <여배우는 오늘도>는 문소리 배우 스스로 만든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가깝다. 자신이 생각한 자신의 매력에 대한 답이다. 하지만 영화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배우 문소리는 사람들이 전형적으로 선호하는 '여배우'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우스꽝스럽고 안 예쁜, 시장에서 전혀 영화화되지 않을 모습들을 말이다.

 

 점점 더 여배우의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 이런 움직임은 박수 받아야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과연 이 영화가 제작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여배우들의 설 자리를 늘릴 수 있을 것일까. 무명 독립영화 감독의 장례식장에 홀로 앉아 있는 여배우 문소리는 무슨 생각을 갖고 있을까. 여배우는 오늘,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