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김한우 (영화 일기)

3월10일. 팬텀 스레드/플로리다프로젝트/폴토마스앤더슨/마스터

김한우 2018. 3. 10. 21:39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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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작품상 후보에 오른 폴 토마스 앤더슨의 신작 <팬텀 스레드>를 봤다!가 아니라 보기 위에 예매를 했다. 월요일에 신촌 CGV에서 볼 예정. 망할 일산 cgv에서는 상영하지 않는다. 심지어 다양성 영화의 첨탑인 갓주엽 갓데시네마에서도 상영하지 않으니 서울로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사실 월요일이 아닌 오늘이라도 당장 보러 가고 싶었다. 빨리 보고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최근 cgv어플의 파코니 게임으로 획득한 평일 7000원 관람권을 사용하기 위해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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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서울에 나가고 싶은 이유가 또 하나 있었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국내 수입/배급사 AUD가 합정에 쇼룸을 열어 <플프> 관련 굿즈를 판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가방에 달고 싶은 뱃지를 판다고 했고, 무엇보다 스티커가 탐났다. 하루 빨리 노트북에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이고 싶다. 노트북 스티커에 집착하는 것은 아마 문신을 하고 싶은 욕망의 표출일 것이다. 얼마 전 누군가가 내게 문신 완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그 말이 진심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립서비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문신 욕구가 샘솟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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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텀 스레드>를 보기에 앞서, 폴 토마스 앤더슨(PTA)에 대해서 공부해보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산한 영화 모임 회원 중 한 명은 이 감독이 자신의 favorite이라 말한 적이 있었고, <매그놀리아>(magnolia, 1999)를 본인의 인생 영화로 꼽았었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무려 황금곰상을 받은 작품이고, 내가 별로 인정하지 않는 배우 톰 크루즈가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왠지 봐야할 것 같은데, 러닝타임이 세 시간이나 한다. 보고 잘랬는데 못 보고 잘 수도 있겠다.

지난 한산에서 영화의 밤 행사를 했을 때, 회원 중 다른 한 명이 함께 보고 싶은 영화로 PTA 감독의 다른 작품 <마스터>(The Master, 2012)를 골라왔었다. 이 작품 역시 상을 꽤 받았다. 여러 곳에서 많은 상을 받았지만 굵직한 걸로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 그리고 호아킨 피닉스와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남우주연상을 함께(?) 받았다. 조연상이 따로 없고 다른 년도 수상 명단에 한 명 밖에 없는 걸 보니, 이 영화에 이례적으로 두 명을 함께 준 듯하다. 행사 때는 못 봤고 나중에 집에서 따로 봤었다. 기억을 떠올려보면, 아니 굳이 일부러 떠올려보지 않아도 그 둘의 연기가, 특히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가 선명히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 신경질적인 표정 그리고 미국인임에도 제대로 영어를 배우지 못한 듯한 억양과 발음. 꼭 다시 보고 싶은 영화다. 연기 외에도 곱씹을 것들이 많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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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그래도 영화를 생각하면 호아킨 피닉스의 얼굴 밖에 떠오르지가 않는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연기한 마스터 랭케스터가 자신의 방 안에서 프레디 퀠(호아킨 피닉스)을 카운슬링하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카운슬링인지 심문인지. 대화의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표정은 기억이 난다. 월요일 전까지 <매그놀리아>를 보고, 월요일에 <팬텀 스레드>를 본 뒤, 다시 한 번 <마스터>를 봐야겠다. 언제나 볼 영화는 너무나 많다. 볼 영화가 아직 많다는 사실은 기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