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3일. 일기를쓰는이유/일기/운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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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일기를 쓴지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이 지나서야 이 일기를 쓰는 이유에 대해서 적어본다. 그전에 이 일기를 쓰는 규칙/원칙을 먼저 적으려한다. 왜냐면 이 일기의 주인인 내가 그렇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 일기의 주인인 나의 의식의 흐름이 그렇게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이것이 바로 내 일기의 제 1 원칙이기 때문이다. 뭔가 쓰기 전에 개요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떠오르는 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하고 싶은 말을 적는다. 이것이 제 1 원칙이다. 제 2 원칙은 지금 당장 안 떠오르니 다시 ‘일기를 쓰는 이유’ 얘기를 하겠다. (2원칙은 1원칙에 따라, 다른 날 언젠가 머릿속에 떠오르면 그냥 갑자기 적을 예정이다.)
이 일기를 쓰는 이유는 아까워서, 이다. 나는 하루의 거의 대부분을 영화에 대한 생각을 하고 지내는 것 같다. 그 생각은 내가 오늘 본 영화에 대한 생각일수도 있고, 오늘 볼 영화에 대한 생각일수도 있고, 어제 본 영화에 대한 생각일수도 있고, 내일 볼 영화에 대한 생각일 수도 있다. 아니면 1년 전 오늘에 봤던 영화에 대한 생각일 수도 있고, 2년 전 오늘에 봤던 영화에 대한 생각일 수도 있다. 또는 언제 봤는지 기억이 안 나는 어떤 영화에 대한 생각일 수도 있으며, 그냥 영화라는 것 자체에 대한 생각일 수도 있다. 나는 늘 생각을 한다. 고로 존재하는 건지 아닌지는 내 알 바가 아니고, 그냥 나는 생각을 한다. 생각을 한 뒤 드는 생각은 생각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것이다. 물론 그 순간은 아깝지 않지만, 그 생각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게 되면, 그 때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일기는 그런 생각들을 기록하기 위해 적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은 일기라는 것이 혼자 적고, 혼자 읽는 것이지만(담임선생님은 물론 제외하고), 많은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내 생각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외로운 나는 당신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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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어느덧 일기를 쓴지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원래 뭔가 잘 기념하지 않는다. 그런데 고작 일기 쓴 지 일주일이 된 것을 기념하는 것은, 사실 오늘은 영화에 대한 생각을 딱히 못했기 때문이다. 충청북도 영동군에 촬영을 다녀왔고, 서울에 도착하니 저녁 8시가 다 되어, 당첨된 <120 BPM> 시사회를 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은 모두 영화를 볼 계획이 잡혀있다. 내일은 <펀치 드렁크 러브>, 목요일은 김수안 배우가 출연한 <운동회>, 금요일은 <120 BPM>이다. 목요일 금요일 모두 정성일 평론가의 GV이다. <운동회> 역시 익무 시사회이다. 삼일 연속 영화에 대한 생각이 터질 것이기 때문에, 오늘은 이를 위해 쉬어두었던 걸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