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김한우 (영화 일기)

3월 20일. 콜미바이유어네임/루카구아다니노/티모시샬라메/마이클스털버그

김한우 2018. 3. 21. 02:41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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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2017)을 보다. <CMBYN>은 이탈리아 출신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작품. 루카 구아다니노, 루카 구아다니노. 이름이 외우기 어려워 두 번 적어본다. 굳이 이름을 외우려는 것은 영화가 좋았기 때문이고, 감독의 전작 역시 봤어야 할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아이 엠 러브>, <비거 스플래쉬>. 루카 구아다니노. 이름이 어렵다. 루카 구아다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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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정보도 없이 영화를 보니까 좀 당황스러웠다. 극중 두 남자 인물은 영화 속 시간이 흐르면서, 이것이 우정인지, 사랑(, 동성애)인지 헷갈리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영화 속 시대는 1983. 아무리 이탈리아라고 해도 동성애에 대한 시선이 곱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에 따라 올리버와 엘리오는 서로 조심한다.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뿐만 아니라 상대가 동성애자인지 아닌지까지 확인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 정보 없이, 즉 이 영화가 퀴어 영화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로 퀴어 영화를 보게 되면, 나 역시 조심스럽게 영화를 보게 된다. 엘리오가 올리버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그리고 올리버가 엘리오를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확인해야할 뿐만 아니라, 그 둘이 동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 양성애자인지까지 살펴봐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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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역시 이 영화를 한 번 더 본다면, 이 영화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영화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너무나도 뻔하게 <문라이트><캐롤>이 떠올랐고, 여름 방학 동안 뭔가 쇼부(?)를 봐야한다는 점에서 <어바웃 타임>.. 맞나? 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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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리 기자의 팟캐스트 <씨네클럽>에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리뷰를 했을 때, 티모시 샬라메 배우에 대한 언급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너무 예뻤다는 식의 얘기였다. 실제로 티모시 샬라메는 이 영화로 엄청난 주목을 받았고, 여러 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도 물론 매력적이긴 한데, 딱히 얼굴이 기억에 남는 배우는 아닌 것 같다. 평범?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반면 아미 해머가 더 기억에 남는다. <녹터멀 애니멀스>에서 한 번 봤었던 배우고,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어떤 역이었는지 기억 안 난다. 아미 해머는 이번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24살 남자 연기를 했는데, 24살은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늙어 보인다. 실제로 86년생이라 한 열 살 정도 차이가 나는데, 영화 속에선 거의 40대로 보였다. 그래서 영화에 몰입이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왜냐면 티모시는 진짜 앳되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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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인상적인 장면을 적으며 마무리. 뭐니 뭐니 해도 엔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진짜 엔딩의 엔딩. 말 그대로 엔딩. 올리버가 약혼을 했다는 소식을 직접 들은 엘리오는 망연자실한다. 이미 안 본지 그렇게 오래 됐는데 그게 그렇게 슬펐을까. 벽난로 앞에 앉아 불을 지켜보는 엘리오. 그리고 나오는 엔딩크레딧.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이름들이 계속해서 왔다 가는데 엘리오는 아직도 울고 있다. 계속 울고 있다. 흔히, 진짜 흔한 영화관이라면, 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은 흔한 관객들에게 이제 그만 나가보라는 신호이다. 하지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경우, 엘리오가, 티모시 샬라메가 그것을 막는다. 나가고 싶냐. 난 아직도 울고 있는데. 엘리오의 이 끈질긴 슬픔을 관객들에게 끝까지 전달하고 싶은 감독의 선택이 아닌가 싶다. 내내 울던 엘리오는 엄마가 부르자 그제서야 돌아본다. 역시 엄마가 밥 먹으라면 밥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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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 할랬는데 떠오르는 것들을 더 적어본다. 엘리오의 아버지 역할을 한 배우 마이클 스털버그에 대하여. 이번에 <셰이프 오브 워터>에서 엘라이자 일행을 돕는 박사 역할을 했고, <더 포스트>에서도 이름이 로젠탈인 적당한 워싱턴포스트 사측 관계자 역할을 했다고 한다. 세 영화 모두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다. 한 배우가 이랬던 적이 있었을까? 찾아보진 않을 거지만 아마 최초거나 진짜 드문 경우일 것이다. 그 세 영화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이번 영화의 엘리오 아빠 역할이다. 그는 마지막에 자신의 아들이 성소수자임을 알아보는데, 이를 알고 아들에게 하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아들을 완벽히 하나의 주체로 존중하는 그런 태도. 대사가 지나치게 직접적이어서 약간 한국신파영화 스멜이 나기도 했으나 감동적인 대사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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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마무리 할랬는데 진짜 마지막. 영화의 제목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굳이 해석하자면 나를 너의 이름으로 불러 달라, 정도이다. 그리고 영화에서도 실제로 올리버와 엘리오는 서로를 자신의 이름으로 부른다. 엘리오가 올리버를 엘리오라 부르고, 올리버가 엘리오를 올리버라고 부르는 거다. 그러니까 이효리가 이상순 보고 효리야. 라고 부르고, 이상순이 이효리보고 상순아~라고 부르는 거다. 조금 이상해보이지만 꽤 로맨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여자 친구가 생긴다면 꼭 해보고 싶다. 조만간? 음 영영 내 이름을 내가 부르지 못할 수도 있겠다.

 

 

 

오른쪽이 아미 해머. 진짜 늙어보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