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당신도 언젠가는 잘될 것이다/정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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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자기 전 읽은 정성일 평론가님의 글이 계속 맴돈다. 그 글의 제목은 분명 영화에 관한 글이었다. “우리는 영화를 어떻게 방어하고 긍정할 것인가.”라는 제목. 그리고 그 밑에 더 분명하게 ‘박찬욱이라는 필모그래피’, 라는 부제가 달려있었다. 이 글은 박찬욱의 열렬한 팬이라고 알려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2004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이 <올드보이>라고 발표했던 일화로 시작된다. 그리고 과거 박찬욱이라는 사람이 유명하지 않을 때 만났던 일화가 이어진다. 박찬욱 감독은 거의 십년 단위로 힘겹게 만들던 영화가 연달아 실패했었고, 드디어 세 번째 영화인 <공동경비구역 JSA>가 성공한다. 정 평론가는 그즈음 우연히 만난 박 감독에게 “이 영화도 실패했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라고 물었다고 했고, 박 감독은 “그럼 또 네 번째 영화를 준비해야지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리고 박찬욱의 그런 ‘낙천주의’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박찬욱은 그냥 세상을 낙관한다. 그리고 언젠가 잘될 것이라고 말한다.’며 그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다 갑자기, 너무나 뜬금없이, 영화 편집으로 표현하자면 도저히 붙지 않을 장면을 갑자기 이어 붙인다. “당신도 언젠가는 잘될 것이다.” 네? 갑자기요? 그리고 계속 이어진다. “다만 지금 잘 안 될 뿐이다. 그러니 포기하면 안 된다. 나도 언젠가 당신이 잘될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까지 전부는 아니지만 꽤 많은 정 평론가님의 글을 읽어봤었다. 하지만 이토록 글의 흐름을 갑자기 벗어난 글은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으며, 이토록 글에서 따뜻한 모습도 본 적이 없었다. 그걸 떠나서 자기계발서도 아닌 영화를 얘기하는 딱딱하고 무거운 글에서 이런 위로를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래서 마치 나를 위해, 여기, 오늘, 적혀있는 것만 같았다. 당장 선생님을 찾아가서 묻고 싶다. 이거 혹시 나를 위해 쓴 것 아니냐고. 아무도 나를 위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만약 그렇다면, 당연히 그렇지 않겠지만, 아무튼 지금 정말 말도 안 되게 잘 안 되고 있는 나에게 해주실 말이 있냐고. 아니 말 말고 도와주실 수 없냐고. 도와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