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김한우 (영화 일기)

4월 23일. 스페이스 오디세이

김한우 2018. 4. 24. 01:15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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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유명한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봤다. 그 유명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대표작 중 대표작. 이게 1968년 작품이라니, 진짜 말도 안 된다. 당연히 CG 같은 게 거의 발달되지 않았을 시절이었을 텐데, 요즘 나오는 우주 배경 작품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비주얼을 가지고 있는 영화였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중력에 대한 묘사다. 몇 장면에서 등장인물들이 위 아래라는 개념을 넘나들며 걸어 다니는데, 진짜 요즘 영화를 본 듯 신기함을 느꼈다. <인셉션>의 그 명장면들은 당연히 이 영화로부터 영감을 빌려왔을 것이고, 이 장면뿐만 아니라 당연히 <그래비티>, <스타워즈 시리즈>, <에일리언> 이런 대작들과 급이 다르지만 <라이프>(2017) 같은 영화도 물론 그랬을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주제도 그렇다. 예를 들자면 끝도 없을 것이다. 여태껏 영화 역사상 명작, 꼭 봐야하는 영화 리스트에 있는 작품들을 많이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봤었는데 대부분 생각보다 별로라고 생각했었다. 선구자 어드밴티지가 어느 정도 들어간 것이 아닌가 싶었다. 특히 <시민 케인> 같은 경우는 아무 감흥이 없었고, <현기증>도 좋은 영화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진짜였다. 굳이 천하게 별점으로 예를 들자면, 지금 나왔어도 별 다섯 개를 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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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는 아마 2001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일 것이다. 딱히 년도가 나오진 않았던 것 같은데 제목이 2001이니까 2001년이 맞겠지. 하지만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이 영화가 묘사한 과거의 모습이었다. 태초 인류의 모습. ‘THE DAWN OF MEN’ 인간이 아직 인간이기전, 인간이 아직 원숭이였던 때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니까 이 영화에서는 인간의 앞 끝과 뒤 끝이 다 나온다. (<루시>(2014)가 떠오른다.)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숭이가 나온다. 이 시절엔 인간(아직 원숭이지만)과 다른 동물들은 자연스럽게 어울려 지내고 있다. 서로 그냥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인간인 내 눈에는 그 동물들이 먹잇감으로 보이지만, 아직 원숭이들의 눈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원숭이들은 무리 지어 생활을 하고 있다. 한 웅덩이를 거점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어느 날 다른 원숭이 무리가 그 거점을 빼앗으러 나타난다. 그리고 서로 소리를 지른다. 소리 지르는 것만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싸움이다. 그렇게 목소리가 큰 원숭이 무리가 다른 원숭이 무리를 밀어낸다. 밀려난 원숭이 무리는 어느 날 정체불명의 긴 검은 돌을 발견한다. (<컨택트>(Arrival, 2017)가 떠오른다.) 원숭이들이 그 검은 돌과 접촉했을 때, 그 때 뭔가 깨달았던 것일까. 한 원숭이가 동물의 뼈를 만지작거리다 무심코 그 뼈를 들고 땅바닥을 내리친다. 그러자 땅바닥에 있던 동물의 두개골이 부서진다. 무기를 발견한 원숭이는 파괴의 즐거움을 깨달은 듯이 신나게 땅을 내리친다. 그리고 자신의 무리들을 뼈로 무장하게 한 뒤, 빼앗긴 웅덩이를 탈환하는데 성공한다. 포효하는 원숭이가 뼈를 하늘 높이 던진다. 인간의 모든 역사는 이 때 결정 난 것이다. 이 대사 하나 없던 초반 20분만에 나는 이 영화에 완전히 항복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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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고전 유명한 영화를 보면 이런 것이 좀 반갑다. 저번 <아비정전>을 보고 ‘marina elena’라는 노래를 보고 반가웠었는데, 이 영화에도 역시 익숙한 두 음악이 반가웠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Thus Spoke Zarathustra), 그리고 <푸른 도나우(The Blue Danube). 외워두고 싶은데 잘 안 된다. 사실 marina elena도 그새 까먹어서 다시 확인하고 왔다. . 일기를 복습하기라도 해야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