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김한우 (영화 일기)

5월 22일. 독전/김주혁

김한우 2018. 5. 23. 00:24

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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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예 휴일이다! GOD BLESS 부처님. 덕분에 오랜만에 내 고향 주엽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관람. 김주혁 배우의 진짜 마지막 작품, <독전>을 보았다. <흥부> 때도 그랬고 <독전> 역시 영화관 관람은 무조건 걸렀을 영화인데, 정말 김주혁 배우 이름 하나 때문에 봤다. 사실 어제부터 <버닝> 한 번 더 볼까, 그냥 <데드풀2> 볼까 엄청 고민했었는데 진짜 김주혁 배우에 대한 리스펙으로. 거기에 오랜만에 보는 차승원. 약간 응원하는 류준열 보고 싶은 마음 정도? 근데 <흥부> 때는 김주혁 배우가 너무 약했었다. 영화도 영 별로였고 비중도 크지 않았었다. 그러나 <독전>은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김주혁 배우가 대활약하는 영화다. 살짝 어디선가 봤었던 캐릭터 같다는 느낌이 나긴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오는 매 순간 긴장된다. 함께 호흡을 맞추는 진서연 배우 역시 매력이 터진다. 이 둘은 <펄프 픽션> 초반부의 커플(팀 로스, 아만다 플러머)의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 뭔가 연말에 베스트 커플상을 드리면 좋을 것 같기도. 굳이 영화 얘기는 하고 싶지가 않은게, 이 커플 빼고는 딱히 신선한 점이 하나도 없었다. 이야기는 뭐 좀 꼬여있는 듯 하지만 사실 따져보면 기존 비슷한 장르의 영화들을 조금 변형시킨 것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이선생의 존재가 전혀 비밀스럽지 않았다. 누구나 그냥 처음 딱 보고 얘가 이선생이겠거니 했을 것이다. 다 아는데 조진웅만 모른 체 영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조진웅이 연기하고 있는 형사 원호만 모르고 있는 것 같고 연기자 조진웅은 이를 아는 것만 같은 연기였다. 아 이제 진짜 조진웅이 걱정된다. 너무 소모되고 있다. 개성 있고 연기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너무 비슷한 연기들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다. <추노>로 처음 좋아했고, <뿌리 깊은 나무>의 무휼, <범죄와의 전쟁>에서 판호, 그리고 사랑하는 영화 <끝까지 간다>에서까지가 최고였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항상 비슷한 표정, 비슷한 톤이다. <범죄도시>에서 조진웅 배우가 특별출연했을 때 마치 개콘에 연예인들이 특별출연하며 했던 어색한 모습이 떠올라 오그라들었던 기억이 난다. 잠깐 쉬며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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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전>은 한글 제목은 나름 멋이 있는데 영어 제목은 고작 ‘Believer’이다. 사실 독전도 유치하긴 하다. ‘독한 자들의 전쟁이라서 독전이랜다. 아니 그러면 아까 말한 <범죄와의 전쟁>범전이고, <우주 전쟁>우전이냐. 제목이 이런 식이니까 영어 제목이 할 수 없이 빌리버였던 것 같다. 영화는 이 빌리버가 뭔가 의미가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신뢰, 믿음에 대해 얘기한다. (류준열)은 계속해서 자신을 믿냐고 물어보고, 브라이언(차승원)은 종교인으로 대놓고 믿음에 대해 비꼰다. 이선생은 다른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자신을 사칭했다는 것에 분노한다. 나는 이 메타포들이 나올 때마다 일부러 내 뇌의 작동을 멈춰버렸다. 시답잖게 의미 부여하는 것 같았다.

 

 그것보다 다른 잡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한국 영화에 나온 모든 형사/검사들을 모아 마블처럼 하나의 유니버스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 많지 않냐. <베테랑>의 황정민, <브이아이피>의 장동건, <범죄도시>의 마동석, 이번 영화의 조진웅 등등 이렇게 막 나와서 함께 대한민국의 사건을 풀어나가는 거다. 첫 만남에 이런 대화가 예상된다. 황정민 어이~ 형씨. 그 유명한 장첸을 잡아넣으신 형사님 아니야. 근데 어째 낯이 익어~? 요앞에 강남 아트박스 사장님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뭔가 잘 엮으면 될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워낙 배우 풀이 작아서 오래 갈 수 있을런가 모르겠다. 영화가 구려서 든 잡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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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혁 배우의 마지막 영화의 마지막 모습이 너무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영화에서 죽는 장면이라니. 김주혁 배우는 마지막 영화에서 정말 말 그대로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고, 쓰러진다. 그리고 그 모습을 몇 초간 비추는 카메라. 간혹 몇 축구 선수가 운동장에서 쓰러져 죽고 싶다고 했었던가. 관객들에게 김주혁 배우는 스크린 속에서 연기를 하다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 재능 있는 배우의 죽음이, 더 이상 영화에서 이 마스크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슬펐다. 영화의 마지막 고 김주혁 배우를 추모하는 자막이 나올 때, 머릿속으로 큰절을 했다. R.I.P. 부디 평화 속에서 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