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김한우 (영화 일기)

5월 29일. 7인의 사무라이(2)

김한우 2018. 5. 30. 00:18

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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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라이라는게 참 멋있다. 사무라이를 예찬하는 것이 아니라, 사무라이라는 국가 오리지날 캐릭터가 있다는 것이 부럽다. 비슷하게 미국엔 카우보이가 있고, 뭐 유럽 영국 이런 데에는 기사가 있는 것 같고, 중국에는 중국 무술이 있다. 우리나라엔 딱히 그런 게 없는 것 같아 아쉽다. 화랑은 너무 잠깐이었고, 거북선? ? 다 조금씩 약하다. 내 지식이 짧아 뭐가 안 떠오르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사무라이나 카우보이를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카우보이, 사무라이 급의 캐릭터는 없는 것 같다. 누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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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로사와 아키라 역시 사무라이에 대한 애정이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자기네 나라 거니까 애정이라기보다는 프라이드라고 해야겠다. 그 프라이드로 이제 저물어가는, 더 이상 사회에 존재하기 힘든 존재인 사무라이를 멋지게 퇴장시켜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 존재한 네 사무라이의 무덤. 이 무덤은 이 마을 사람들에게 대대손손 리스펙을 받을 것이다. ‘모든 사무라이가 리스펙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이 사무라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리스펙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마지막 리스펙을 위해, 감독은 아무런 보상 없이 작은 마을을 지켜라라는 임무를 사무라이들에게 맡긴다. <7인의 사무라이>는 정말 말 그대로 다 좋았던 영화이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들었던 것은, 이 사무라이들이 이 부탁을 왜 거절하지 않았냐는 것이었다. 이득이 될 게 하나도 없는 부탁이었다. 중간에 한 사무라이가 그랬듯이 미쳤냐며 화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7인의 사무라이 중 대부분은 자기가 원래부터 착했다는 듯이 이를 수락한다. 운이 억수로 좋은 것인지, 사무라이 자체를 찾기 힘든 마을에 나타난 사무라이들이 우연히도 착한 사무라이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 <7인의 사무라이>에서 가장 큰 기적은, 7인의 사무라이와 마을 사람들이 도적들로부터 승리를 거둔 것이 아니라, 7인이 모이게 된 것 그 자체이다. 그래서인지 상대적으로 뒤의 전투 부분은 덜 흥미로웠던 것도 사실이다. 근데 따지고 보면 현실도 그렇다. 사람 모으기가 제일 어렵다.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나기 정말 힘들다. 그것도 아무 결과를 알 수 없는 혹은 아무 이득을 얻을 수 없는 일을 하기 위해 사람을 모으는 경우, 사람이 모이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그래서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짜릿했던 장면은 이 일곱 명의 사무라이가 한 장면에 담기는 모든 장면들이었다. 일종의 단체사진. 나는 단체사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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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후네 도시로.(Mifune Toshiro, 三船敏郎) 한국에선 일명 노홍철로 불리는 배우. 네이버 설명에 따르자면 공식적으로 일본에서 가장 위대한 스타 영화배우라고 한다. <라쇼몽>에서 왜 이렇게 난리야,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역시 난리를 피운다. 처음에는 너무 소리만 질러대서 별로였다가 점점 정이 들어버린다. 대표적인 츤데레 캐릭터다. 아마 영화 역사상 최초? 까지는 모르겠지만 대표적인 츤데레 캐릭터, 혹은 가장 유명한 츤데레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주말엔 <카게무샤>를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