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김한우 (영화 일기)

7월 19일. 하나(花よりもなほ, More Than Flower)

김한우 2018. 7. 20. 09:57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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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에서 사무라이가 나오는 시대극을 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하나>(よりもなほ). ‘꽃보다도’, ‘꽃보다 더정도로 해석된다고 한다. 제목과는 달리 사무라이가 나온다. 하지만 영화의 분위기는 제목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꽃이 막 나오는 영화는 아니지만, 꽃의 감성 정도가 담긴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꽃은 지는 꽃이다. 영화는 일본에 전쟁이 사라져, 사무라이가 더 이상 자신의 몫을 할 수 없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시절의 사무라이는 말 그대로 지는 꽃이었다. 하지만 지는 꽃이 추한 것만은 아니다. 이 영화에서 지는 꽃인 사무라이는 나름 예쁘게 그려진다. 죽이고 복수하고 멋지게 죽는 것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은 사무라이가, 시대가 변하며 점점 바뀌고 있다. 어쩌면 고레에다 감독은 이 사무라이들이 꽃보다도 더 꽃 같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을 통해 어떤 감정을 느껴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는 일본의 감독. 여태껏 항상 현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큐멘터리처럼 현실감 있게, 그리고 무겁게 다루던 감독은, 포스트 911 시대에 뜬금없이 에도막부 시대의 저물어가는 한 사무라이를 소환한다. 마치 이 시대에 필요한 영웅이 바로 이 사무라이라는 듯. 그가 이 영웅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 찬반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최소한 이 선택은 충분히 경청할 만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두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소품, 혹은 잠시 쉬어가는 작품이라고 평가하는 것 같다. 내 생각은 다르다. 이 영화의 형식이나, 분위기 등은 충분히 가볍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고레에다 같이 이 시대에 할 말이 많은 아티스트는 절대 아무 말을 아무 타이밍에 뱉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까지 총 다섯 편의 고레에다의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은, 이 감독은 그 누구보다 시의성을 중요시하는 감독이라는 것. <어느 가족>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차오르고 있는 중이다. 일본 영화 너무 연달아 봐서 역시 좀 질린다. 내일은 다른 영화를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