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오스카를 받은 이유 <스포트라이트(Spotlight)>
스포트라이트 (Spotlight, 2015)
나만 알던 랩퍼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걸 보고 혼자 속상해하고 이제 별로인 것 같고 그랬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젠 나도 철이 좀 들었는지 쇼미더머니를 보며 널리 실력이 알려져야 할 그런 랩퍼 친구들이 유명해지고 있는 것을 보면 기쁘다. 별로인 친구들까지 섞여 인정받는 것은 별로지만, 이렇게 ‘스포트라이트 받아야 할 좋은 것들이 스포트라이트 받고 있는 것.’ 나는 이런걸 보면 기분이 좋다. 착한 사람은 복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 언젠간 나도 잘 될 것 같은 그런 자만도 생기고, 몰래 하던 착한 일도 계속 꾸준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다시 하게 된다.
그런데 이건 좋은 일에만 해당되는 반쪽짜리 이야기이고, 사실은 나머지 반쪽이 진짜 중요하다. 좋은 것들만큼 나쁜 것들도 나쁘다고 스포트라이트 받아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나쁜 일들이 반복되지 않을 것. 이라는 부연설명을 덧붙이기 민망할 정도로 당연한 말이지만 세상엔 당연한 일들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나쁠수록 더 숨겨지는 것 같기도 하다. 가령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 같은. 따라서 이런 큰 잘못이 스포트라이트 받게 되는 사건은 일상적이지 않은 일이라 영화로까지 만들어진다.
영화는 올해 아카데미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각본상을 받았지만 그렇게 화려하지도, 흥미진진하지도 않다. 영화 중에서도 영화 같지 않은 영화로 꼽힐 것 같다. 일단 반전이 없고,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다던가, 엄청난 기지를 발휘해서 취재에 성공하는 영웅적인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이 엄청나게 정의로우냐. 그것도 아니다. 다만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하는 모습이 과장 없이 담겨져 있다. 그저 정말로 알려져야 했던 사실이 알려진 것을 기념하는 것 마냥. 그 안에 MSG는 없다. MSG가 전혀 없는 엄마 요리 같은 영화지만 그 마지막 장면은 너무나 맛있었고 영화가 끝나도 자꾸 생각났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나쁜 짓들이 아직 스포트라이트 받지 못했을지 생각해보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 지금도 고통 받고 있을까.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맡은 일을 우직하게 하기만 해도 나쁜 일들이 드러날 수 있는 세상인데,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 영화가 특별한 기자의 특별한 능력을 이용해 취재에 성공했다는, 하나의 영화 같은 영화였다면 이런 메시지는 절대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다. 과감히 그런 욕심을 버린 용기에 박수를. 이 영화가 오스카를 받은 것은 마땅하다. ★★★★☆
잡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