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예고 없는 불행을 대비하며. <비밀은 없다>

김한우 2016. 7. 14. 16:48

비밀은 없다 (2016)

 

 

 

 

 나름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된 이후부터는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과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반대로 이해 안 가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생각을 시작하게 된 것 일수도 있겠다. 폭력적인 이 친구는 어렸을 때 폭력을 많이 겪었겠지. 지하철에서 살짝 스친 아저씨를 벌레 보듯 혐오했던 이 친구도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겠지. 이런 방식이 옳을 수도, 아니면 이것 역시 편견을 만드는 폭력적인 시선일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 사람을 이해하고 덜 미워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이 영화는 손예진이 연기한 주인공 연홍을 중심으로, 이해가지 않는 사람들 투성이다. 과거조차도 예상할 수 없는 이상함이 이상함을 낳으며 진행되다, 후반부로 가며 과거의 비밀이 드러나고 결국 그 이상함이 이해가 가게 된다. 연홍 또한 이미 너무나 남성 중심인, 비상식적인 세상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비상식적인 방법을 택했을 뿐임을 알게 된다. 약자의 이야기는 소리쳐서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약자일지도 모르는 누군가가 어떤 이상한 행동을 해도 그 겉모습만을 보고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죄추정의 원칙과 비슷한 원리인데, 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어떤 사람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면 오히려 그 사람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여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이상한 것은 이상하다는 이유로 사정도 듣지 않고 배척하고 무시한다. 이를 개인의 잘못이라고 탓할수도 없다. 대신 내 한치 앞 미래 밖에 신경쓸 수밖에 없는 현실을 탓하고 싶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이상한 사람들의 사정을 들을 여유가 없는 지금이니까. 하지만 언제 내가 남들이 보기에 이상한 사람이 될지 모르는 노릇이다. 그러니 더욱 이런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

 

 불행은 예고 없이 올 것이다.

 

 

 

 

 

 

손예진 배우의 열연이 돋보였고, 최유화 배우를 발견했다. (인스타 팔로우도 함ㅋ)보지 못했던 배우를 보게 한 것도 어쩌면 작품이 탄탄해서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