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워즈 : 16년 7월 25일에 본 것
오늘 본 것: 솔로워즈 (16년 7월 15일 방영)
다크나이트에서 조커는 두 배를 놓고 실험을 한다. 한 배에는 보통 시민들이 타있고, 다른 한 배에는 중범죄를 저지른 죄수들이 타있다. 악랄한 조커는 서로 상대방의 배를 터트릴 수 있는 폭탄의 스위치를 다른 배에 둔다. 죄수들의 배를 터트릴 수 있는 스위치는 시민들의 배에, 시민 배의 스위치는 죄수들의 배에 두는 식이다. 그리고 제한시간 내에 한 배가 터지지 않으면 두 배를 모두 터트릴 것이라고 위협을 한다. 인간의 이기심을 시험하려고, 아니 실은 알고 있지만 그 이기심을 증명하려고, 조커는 실험을 시작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두 배 모두 폭탄이 터지지 않고 조커는 절규한다. 실제 현실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속에선 인간은 아직 선함이 남아있는, 배트맨이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인간들로 묘사되었다.
JTBC가 사랑과 돈을 가지고 인간을 시험하려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나도 사랑을 믿지 않는다. 교제를 하고 있는 커플 중 진짜 사랑을 하고 있는 커플은 10%도 안 된다고 본다. 그래서 나도 이런 건 좋아한다. ‘사람들이 하고 있는 사랑은 사실 가짜다.’ ‘긴급한 상황이나 돈 앞에선 사랑이고 뭐고 다 포기한다.’ 이런 메시지를 참 좋아하지만 문제는 일반인들이 출연한다는 것이다. 이런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반인은 마녀사냥 당하기 딱 좋다. 나도 (물론 내 입장에서) ‘나쁜 여자’한테 당한 적이 있어, 그런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심판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은 적이 많지만 그래도 방송에 나와서까지 욕먹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악마의 편집이라도 당한다면 한 사람 매장 당하는 건 금방이다. 진정한 사랑이 없다는 현실을 꼬집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지, 어떤 특정 한 사람이 이기적인 사람으로 낙인 찍히는 것을 보는 것은 싫어한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도 또 ‘무개념녀’, ‘배신녀’등의 딱지를 달며 논란거리를 만들어 낼 거라 생각했었는데 예상과 달리 출연자들 덕분에 훈훈하게 마무리가 된 것 같다. 지나치게 자신의 이익만을 탐하느라 다른 사람을 배신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고, 돈 때문에 사랑을 포기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돈을 포기하고 사랑을 택한 사람들이 조명 받았다. 이 대목에서 제작진을 칭찬하고 싶은 것은, 사실 이 ‘조명 받았다’라는 것은 수동적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제작진의 선택으로 조명을 쏴준 것인데, 이슈를 만들고 선정적으로 편집하는 것이 재미와 시청률을 어느 정도 보장해줬을 텐데 이를 포기한 것을 칭찬하고 싶다.
<솔로워즈>는 말로는 커플이 되기만 하면 되는 게임.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모티프인 ‘솔로대첩’처럼, 사람들 커플 만들어주려고 만든 자리였지만 사실은 돈을 준다는 미끼로 인간의 이기심을 들춰내려던 JTBC의 실험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사람들은 미끼를 물지 않았다. 사람들이 아직 순수한 것일까, 아니면 순수한 사람들만 이 프로그램에 지원한 것인가, 혹은 제작진이 순수한 사람들만 일부러 뽑은 것인가. 계속 되는 이 프로에 앞으로도 마녀사냥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웬만해선 남자 응원 안하는데 이 분은 응원하고 싶다. 화이팅.
솔로 김구라님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