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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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영화 잡지 필로(FILO)가 왔다. 표지가 예쁘다는 첫인상, 하지만 두 번 보니 생각보다 별로였다. 하지만 그래서 좋았다. 혹은 그래서 하지만 좋았다. 표지에는 무려 ‘영화와 언어와 사랑의 탐색지’라고 적혀 있다. 영화도 대단한 것이고, 언어도 대단하며 사랑 또한 그에 못지않게 대단한 것인데, 그 셋을 동시에 탐색하는 지(紙)라니. 이 지는 내가 사랑하는 묵은지와도 비견할 만하다는 실없는 소리를 해본다. 내일 카페 가서 읽어야지. 스벅 gold level까지 별 하나밖에 남지 않았기에 아마 스벅에 갈 것 같다. 골드 레벨이 되면 무슨 혜택이 있는 것도 모른 채 별을 모았던 나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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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영화 일기로 쓸 거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날. 최근에 본 <베를린 천사의 시詩>(Wings of Desire, 1987)가 인생영화라는 사람을 우연히 만났다. 본인이 별 다섯 개를 준 아홉 개의 영화 중 하나라고 했다. 나머지 아홉 개가 무엇인지 궁금했으나 묻지 못했고, <베를린 천사의 시>가 왜 당신의 인생영화인가요, 는 물었지만 그 답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내 인생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리라. 그렇다고 이 영화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누군가가, 자신의 영화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며 들 예시로 참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매력은, 이 영화가 그 어떤 영화보다 진한 흑백 영화라는 것이다. 같은 흑백 영화인데도 다른 흑백 영화보다 더 검고, 더 하얗다. 그러면서 감독의 이야기는 흑백논리에서 벗어나있다. 지난주 토요일 영화 모임에서 영화 <증오>(La Haine, 1995)를 보고, <베를린 천사의 시>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 한 카메라 워킹이 인상적인 두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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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영화가 많은 시즌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파이다. 특히 작품상 후보에 오른 작품들이 연달아 개봉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중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사실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않은 <플로리다 프로젝트>라는 작품이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윌렘 대포(Willem Dafoe)가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을 뿐이다. 볼 영화가 많아서 글을 쓰고 싶은 영화도 많아졌다. 누구도 기다리지 않지만 스스로 다 쓰고 싶어 조바심이 나고 있다. 아마 몇 작품은 쓰지 못한 채 넘어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플로리다 프로젝트>만큼은 글로 남기고 싶다. 오늘은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재관람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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