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썸네일형 리스트형 도저히 해부할 수 없는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감독 : 웨스 앤더슨 [도저히 해부할 수 없는 영화] : 너무 예쁜 영화. 미장센을 감상하느라 메타포를 분석할 수가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이 영화의 가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은 찰나에 지나간다. 제로(토니 레볼로리)는 무슈 구스타브(랄프 파인즈)의 탈옥을 돕기 위해 머리를 쓰는데, 땅을 팔 수 있는 도구를 감옥에 들이기 위해 자신의 연인인 아가사(시얼샤 로넌)가 만드는 케이크, '멘델스'를 이용한다. 멘델스 케이크는 예쁘다. 예쁜 게 큰 매력이고 케이스까지도 예쁜 케이크다. 감옥에서는 보통 간수가 감옥으로 들어가는 모든 물건을 검사한다. 구스타브가 갇혀 있는 감옥도 예외가 아니다. 모든 물건뿐만 아니라 심지어 음식까지도 반으.. 더보기 아름답지 않은 것을 아름답게 만들다. <유스(Youth)> 유스 (Youth, 2016) 아무리 포장을 해도 그 결과가 긍정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주로 '죽음'을 대할 때 확인 할 수 있는 것들, 좋은 곳으로 가셨다, ‘그 분’의 뜻이다 등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어 종교적으로 표현을 해야 그나마 겨우 겨우 납득할 수 있는. 하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그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한, 누군가의 빈자리는 절대 긍정적일 수 없다. 그 죽음과 맞닿아있는, 땔 레야 땔 수 없는 관계인 '늙음'. 내 피부에 너무나 가까이 다가와 피할 수 없음에도 끝끝내 내 늙음을 외면해보려 하지만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것. 그 '늙음' 또한 결과적으로 긍정적일 수 없다. 하지만 누구나 겪을 문제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아름답게 포장하려 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기 위.. 더보기 그런 마법 같은 순간 <라라 랜드 (La La Land)> 라라랜드 (La La Land, 2016) 데미언 셔젤 (Damien Chazelle) 주변이 전부 깜깜해지고 조명이 나만을 비추는, 그런 마법 같은 순간이 가끔 나를 찾아온다. 그 ‘순간’은 나를 해고당하게 하기도, 캐스팅에 합격을 시켜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해주거나 혹은 소중한 사람과 헤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조명은 아무 예고없이 꺼지고, 다시 불이 켜졌을 때 어떤 결과가 나를 기다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그 순간이 다가오면 그저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줄 수밖에. ★★★★★ 더보기 아쿠아리우스 / Aquarius [BIFF 2016] 2016년 부산 국제 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 (칸영화제 경쟁부문) 아쿠아리우스 Aquarius 감독 : 클레버 멘도사 필루 / Kleber MENDOÇA FILHO 다소 엉뚱한 할머니 클라라가 주인공입니다. 영화의 첫 씬, 그녀의 70인지 80인지 생일잔치 날, 손녀들이 클라라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고 있을 때 정작 그녀는 젊은 시절 한 섹스를 추억하고 있는 모습이 나옵니다. 첫 장면부터 좋든 나쁘든 ‘평범한’ 할머니는 아니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됐었습니다. 영화의 메인 스토리는 그녀의 과거, 65살 때의 일입니다. 그녀가 오랫동안 살고 있었던 ‘아쿠아리우스’라는 아파트가 재개발 대상으로 지정되어, 그녀의 보금자리를 떠나지 않으려는 클라라와 그녀를 쫓아내려는 건물주 간의 갈등이 발생합니다. 젊고 영리한.. 더보기 어른도'가끔' 애니메이션을 봐야하는 이유. <도리를 찾아서> 도리를 찾아서 (Finding Dory, 2016) 애니메이션 영화를 (굳이 돈 내고 영화관에서) 보지 않게 된 이유는 뭔가 현실을 깨닫고 나서부터였던 것 같아요. 영화 특성상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나야하는데 일단 ‘어차피 결말은 해피엔딩’ 자체가 볼 이유를 없애기도 했지만, 더 큰 것은 현실엔 해피엔딩이 별로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저는 일단 영화는 픽션/논픽션을 떠나서 현실을 담아야 좋은 영화(돈을 지불할 만한)라고 생각하구요, 또 두 시간동안 현실과 달리 이뤄지는 정의구현을 보며 힐링하는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이 장르는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애니메이션 영화를 비하하는 건 아니에요. 애니메이션 영화를 즐겨 보는 어른들을 무시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 영화를 보고 어른도 가끔은 이런 .. 더보기 예고 없는 불행을 대비하며. <비밀은 없다> 비밀은 없다 (2016) 나름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된 이후부터는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과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반대로 이해 안 가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생각을 시작하게 된 것 일수도 있겠다. 폭력적인 이 친구는 어렸을 때 폭력을 많이 겪었겠지. 지하철에서 살짝 스친 아저씨를 벌레 보듯 혐오했던 이 친구도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겠지. 이런 방식이 옳을 수도, 아니면 이것 역시 편견을 만드는 폭력적인 시선일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 사람을 이해하고 덜 미워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이 영화는 손예진이 연기한 주인공 연홍을 중심으로, 이해가지 않는 사람들 투성이다. 과거조차도 예상할 수 없는 이상함이 이상함을 낳으며 진행되다, 후반부로 가며 .. 더보기 트랜스젠더와 결혼할 수 있어? <대니쉬걸(The Danish Girl)> 대니쉬 걸 The Danish Girl 2015 감독 : 톰 후퍼 출연 : 에디 레드메인 / 알리시아 비칸데르 제7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제88회 미국아카데미시상식 여우조연상 (알리시아 비칸데르) 수상 얼마 전 일행과 미래의 배우자 얘기를 하다가 “그러면 트랜스젠더는 어때?”라는 질문을 받았다. 사랑한다면 외국인도 ㅇㅋ, 나이도 상관없어, 돌싱ㅇㅋ 애 있어도ㅇㅋ! 라고 하니 온 다음 레벨의 질문이었고 나는 그 단계를 통과하지 못했다. 아마 이 영화를 보기 전이었다면 트랜스젠더여도 상관없다고 했었을 텐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에게 힘을 줄 목적으로 만든 이 영화가 나에게 역효과를 낸 셈이다. 그들을 혐오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고통을 나는 영원히 이해하지 못 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나는 트랜스젠더와.. 더보기 "바보야 애초에 사랑은 없어." <더 랍스터(The Lobster)> 더 랍스터 (The Lobster, 2015) 두 가지의 극단적인 선택지를 강요하는 것. 물에 빠지면 아내를 먼저 구할 것이냐 자식을 먼저 구할 것이냐 따위의, 주로 예능에서 MC들이 심심할 때 던져대던 질문이다. 단순한데 가끔 꿀잼. 그 꿀잼 덕분인지 그런 질문을 하는 영화가 간혹 있는데, 이런 영화는 대체적으로 관객에게 ‘둘 다 구리다’를 느끼게 하여 그러므로 자신의 소신을 굽힌, 현실적으로 타협한 ‘중간’을 선택한 인간의 나약함을 정당화한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둘 다 너무 구려서 어쩔 수 없이 이런 선택을 한 거야.’ 관객은 자연스럽게 주인공의 처지를 자신과 동일시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게 된다. 이 영화도 감독은 주인공을 두 가지 극단적 상황에 던져 놓는다. 커플이어야만 하는 사회와 .. 더보기 기억하고 싶다. <보이후드 (Boyhood, 2014)> 보이후드 (Boyhood, 2014) 영화는 시간의 예술이란 말이 있다. 영화는 감독이 고른 순간들의 모음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다고 했다.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는 영화는 영화 속의 시간이 현실의 시간과 일치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나에게 큰 충격을 주지 않았나 싶다. ‘시간’이란 소재에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시간이 가는 게 아깝고, 지나간 소중한 시간을 잊지 않고 싶었다.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아무리 사진을 남기고 일기를 써보아도 완벽한 저장에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이 영화를 접했을 때 느낀 첫 감정은 ‘부러움’이었다. 한 남자 아이의 6세부터 18세까지를 담을 영화에, 실제 6세인 아이를 섭외하여 12년간 1년마다 영화를 촬영한 것. 이보다 더 완벽한 기록이 또 있..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