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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아름답지 않은 것을 아름답게 만들다. <유스(Youth)>

유스 (Youth, 2016)

 

 

 

 아무리 포장을 해도 그 결과가 긍정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주로 '죽음'을 대할 때 확인 할 수 있는 것들, 좋은 곳으로 가셨다, ‘그 분의 뜻이다 등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어 종교적으로 표현을 해야 그나마 겨우 겨우 납득할 수 있는. 하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그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한, 누군가의 빈자리는 절대 긍정적일 수 없다.

 그 죽음과 맞닿아있는, 땔 레야 땔 수 없는 관계인 '늙음'. 내 피부에 너무나 가까이 다가와 피할 수 없음에도 끝끝내 내 늙음을 외면해보려 하지만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것. '늙음' 또한 결과적으로 긍정적일 수 없다. 하지만 누구나 겪을 문제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아름답게 포장하려 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기 위해.

 

 

 아름답지 않은 것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엔 또 영화만한 것이 없다. "나이 든 사람들이 가진 삶에 대한 태도와 생각에 큰 매력을 느끼기 때문." 이라고 아직 40대임에도 노인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힌 감독은 자신이 느낀 그 매력을 관객에게 전달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게 분명하다. 스위스의 한 고급 호텔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늙음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인지 그것을 가리기 위해 더 영상미에 신경을 쓴듯했고 그 배경인 자연과 어우러져 등장인물들을 충분히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그 등장인물들이 주인공이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로 나아가는 결말도 마음에 들었다. 특히 그 미래의 결과가 조수미님의 무대여서 애국심에 더 점수를 줬을지도.. (영화 표값으로 조수미님의 무대를 라이브급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볼 가치가 있다.)

  이렇게 결말이 희망적이었음에도 영화를 본 후 씁쓸함만이 남았다. 결국 늙은 지휘자는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 날이 훨씬 짧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고, 그나마 그 날들도 건강을 관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쓸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이렇게 멋있게 포장해도 결국은 모두 죽을 것이고, 내가 사랑하는 배우 마이클 케인도 언젠간 유작을 남기고 세상을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인생은 포장의 연속이었다. 먼 옛날부터 나쁜 일이 있으면 새옹지마로 포장했고 연초에 있는 나쁜 일들은 액땜이라 포장하였다. 차인 친구에게 더 좋은 사람이 있을 거라 위로하고 탈락한 친구에게 더 좋은 회사가 널 알아 볼 거라 위로했다. 며칠 전에 몸살감기가 걸렸었는데 덕분에 푹 쉴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나를 보고 웃음이 나왔다. 늙음도, 죽음도 긍정적일 수 있을까. 지금 이런 고민을 하는 건 내 나이에 너무 미안한 짓이다. 멋지게 늙는 데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낫겠다. 멋진 노인들에게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