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LION)
감독 : 가스 데이비스
인도에서 호주로 입양이 된 사루라는 청년이 구글어스 프로그램을 이용, 25년 만에 집을 찾게 되는 영화이다. 실화에 바탕한 영화로, 2012년에 벌어진 이 이야기는 BBC 등을 통해 전 세계로 알려졌고, 실제 주인공인 사루 브리얼리는 책 <라이언>(원제 A Long Way Home)을 출간, 자신의 이야기를 알리며 입양아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고 한다.
25년 만에 고향을 찾게 된다는 것은 얼마나 큰 감동인가. 영화는 딱 그 감동을 충실히 담았고, 결과적으로 무난했다. 영화는 아이가 새 가족에게 입양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보여주는 전반부, 그리고 전 가족을 찾기까지의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에 어린 사루가 울타리 밖에서 새 보금자리를 찾게 되는 여정은 물론 실제로 정말 극적이었을 테지만, 그것이 영화로 표현되자 다른 극적인 영화에 비해 덜 극적이었고, 원래 가족을 찾게 되는 후반부 또한 결과적으로는 정말 극적인 사건이지만 역시 영화에서는 심심하게 표현됐다. 그도 그럴 것이 극적인 일을 가능하게 해준 구글어스라는 프로그램이란 그냥 가만히 앉아서, 혹은 침대에 누워서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게 전부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감동은 진하다. 담백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일수도 있겠다. 여느 상업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익숙한 장치들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입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를 제공한다.
영화 중후반, 니콜 키드먼이 연기한 ‘수’는 입양한 아들 사루에게 자신은 사실 불임이 아니었다고 밝히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양을 한 이유를 어려운 아이에게 새롭게 살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부분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건 단순 수의 대사뿐만 아니라, 가족을 잃은 아이의 고통을 충분히 전달해주는 연출과 아역 써니 파와르의 공이 크다.
반면 어른 사루의 연인으로 나오는, 루니 마라가 연기한 루시 역에는 아쉬움이 컸다. 영화의 주인공 사루는 필요할 때만 그녀를 찾고 아닐 때는 과감히 그녀를 버린다. 루시라는 인물은 실제로 있던 인물인지, 아니면 영화를 위해 추가한 가상 인물인지 조사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영화에선 루니 마라라는 배우가 그저 소품으로 쓰인 것 같아 아쉬웠다. <캐롤>을 보고 루니 마라에게 푹 빠져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도 영화 제목이 왜 지금 이 제목인지, 수긍이 안 되는 영화는 꽤 오랜만인 것 같다. 딱히 큰 구멍이 없는 영화에 가장 큰 구멍이 영화 제목이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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