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이야기

<킬링 디어> 당신은 신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를. The Killing of a Sacred Deer 는 어리석은 인간의 이야기이다. 신이 노여워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분노를 표출할지는 몰랐던 한 인간의 이야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인간은 항상 이렇다.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이번에 고른 인간은 외과 의사 스티븐이다. 전작 에서 눈 먼 아내를 위해 자신의 눈을 찌를까 말까 망설이던 콜린 파렐은, 이번엔 안과 의사와 결혼했으며, 가끔 그녀를 전신 마취 상태에 빠뜨리곤 한다. 꼭 커플 메이킹 호텔에서 자신을 발기시키기만 하고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던 여자들에게 복수를 하는 것만 같다. 영화가 시작되면 신과 인간의 관계는 벌써 뒤틀려있다. 인간은 큰 잘못을 저질렀고, 신은 이 사실을 당연히 모두 알고 있다. 신은 절대 내가 너.. 더보기
<우주전쟁>의 시작과 끝에 대하여 우주전쟁 War Of The Worlds, 2005 스티븐 스필버그 , 그 시작과 끝에 대하여 너무나 익숙한 모건 프리먼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영화.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화를 만드는데 있어서) 항상 옳은 선택을 한다는 명제를 새삼 확인시켜준다. 모건 프리먼의 목소리는 언제나 옳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어떤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들려주더라도 아무 의심 없이 그 이야기를 믿게 된다. 그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우리는 순식간에 할아버지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이야기를 듣는 어린 아이가 되어 버린다. 에 관한 글을 이렇게 시작하는 이유는, 이 영화의 이야기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만큼 비현실적이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중요한 건 이 이야기가.. 더보기
당신들은 준비가 되었습니까 <레디 플레이어 원> : 스티븐 스필버그의 최후 통첩 당신들은 준비가 되었습니까 : 스티븐 스필버그의 최후 통첩 "당신들은 준비가 되었습니까." 'Ready Player One'. 90년대 아케이드 게임을 많이 즐겼던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문구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부연 설명을 하자면, 'Ready Player One'은 '플레이어1'이 게임을 할 준비를 마쳤다는 뜻 정도로 볼 수 있다. 요즘은 어떤 게임을 하더라도 플레이어의 ID 혹은 닉네임을 본인이 직접 정할 수 있게 되었지만, 옛날 게임에는 그런 기능이 없었다. 플레이어에게는 오직 숫자만이 주어졌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런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오락기 앞에 놓인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동전을 넣으며, 내가 준비되었음을 이 가상세계에 알린다. 'Ready Player O.. 더보기
<플로리다 프로젝트> 무니와 핼리의 소박한 평화를 빌며 플로리다 프로젝트 Florida Project (스포 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 있는 디즈니랜드. 꿈과 희망, 그리고 미래를 상징하는 이 거대한 랜드마크 인근에는 디즈니랜드와 못지않게 화려한 색을 지니고 있는 모텔들이 있다. 이름 역시 화려하다. 무려 ‘매직캐슬(Magic Castle)’ 그리고 ‘퓨처랜드(Future Land)’. 온갖 어여쁜 단어들만 골라 선택한 듯한 이 이름들은 타지 관광객들이 그 이름만 보고도 혹해서 예약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이름들이다. 감독이 이 세계를 비추는 방법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모텔은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이 모텔은 관광객들이 임시적으로 머물다 떠나가는 곳이 아니라 거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의 기능을 하고 있다.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와.. 더보기
<리틀 포레스트> : 대책 없는 아름다움에 대하여 리틀 포레스트 * 혜원(김태리)은 임용고시에 떨어졌다. 아마 첫 시험은 아닌 걸로 보이고, 심지어 같이 준비하던 남자친구는 붙어버렸다. 혜원은 남자친구에게 작별인사도 없이 고향인 시골 마을로 내려간다. 휴식을 위해 내려간 고향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엄마가 아닌, 엄마에 대한 기억이다. 혜원의 엄마는 혜원이 수능을 본 후, 편지 한 장만을 남긴 채 홀연히 떠나버렸다. 그 후로 혜원의 목표는 ‘보란 듯이 잘 살기’였다. ‘두고 봐’였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에서 혜원은 불현 듯 떠오르는 기억 속 엄마에게 ‘제발 내 머릿속에서 나와 달라’ 부탁한다. 엄마의 영향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는 시종일관 아름답고 완벽한 것들만 보여준다. 이제 우리나라에 더 이상.. 더보기
<셰이프 오브 워터>, 기예르모 델 토로의 실력인가 요행인가 *스포 포함*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Shape of Water 기예르모 델 토로 Guillermo Del Toro 셰이프 오브 워터(Shape of water). 즉 물의 모양. 물은 모양이 없다. 영화 는 영화에서 모양이 없는 것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전작 (2004), (2006) 등에서 볼 수 있었듯, 상상 속의 몬스터, 존재하지 않는 것의 ‘모양’을 창조하는 데 관심이 많았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이번엔 반대로 분명 ‘존재’는 하지만, ‘모양’은 없는 것을 그리는 것에 도전한다. 그리하여 보여주는 첫 장면. 카메라는 물이 가득 차 있는 집안을, 혹은 물에 빠져 있는 집안을 이리저리 비추는데, 집에 있는 모든 물건들과 일라이자(샐리 호킨스)가 둥둥 떠 있다. 그렇게 우리는 물건과 일라.. 더보기
<골든 슬럼버> 신해철의 '그대에게'라는 치트키를 써보아도 신해철의 '그대에게'라는 치트키를 써보아도 온 세상이 나에게 등을 돌렸다는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있는가. 본인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평생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으며 살아왔던 한 청년에게, 의 세상은 예고 없이 등을 돌린다. 작년 말 개봉해 7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에 예고 없이 등장하여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던 배우 강동원은, 이번 영화에선 반대로 본인이 놀라움의 주체가 된다. "아무도 믿지마." 평범한 택배기사인 건우(강동원)가 어느 날 오래된 친구 무열(윤계상)의 전화를 받게 된 후, 대통령 유력 후보의 암살범으로 몰려 온 세상으로부터 도망치 는 이야기. 동명의 일본 소설이 원작이고, 이미 2010년에 일본에서 영화화된 바 있는 영화 는, 대충 들어도 현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의 영화.. 더보기
<염력>, '염력'을 보러가지 말라. ‘염력’을 보러가지 말라. 제목 그대로다. 영화 은 ‘염력’을 기대하고 본다면, 한없이 실망만 하고 나올 영화이다. 멋진 히어로가 우연히 얻게 된 초능력을 이용하여, 마침내 악당들을 물리치는데 성공하는 영화를 상상하면 안 될 것이고, 특히 우리나라에도 이제 와 같은 히어로가 탄생하는가라는 기대를 혹시라도 했다면, 당장 그 기대를 접기를 권한다. 에는 그런 모습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은 우리가 생각하는 히어로와 정반대의 인물이 주인공인 영화이고, 영화를 보면 연상호 감독이 ‘한국형 히어로물’을 만드는 것에는 요즘 말로 ‘1도’(하나도) 관심이 없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오히려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개봉 첫날(1월 31일), 영화를 .. 더보기
여배우는 오늘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여배우는 오늘도> 여배우는 오늘도 '연기파 배우'. 배우 문소리를 설명할 때 흔히 따라붙는 수식어이다. 를 선보이며 한 인터뷰에서 문 배우는 이에 대해 이상함을 느꼈다고 한다. 마치 '요리파 쉐프'처럼. 문 배우의 말마따나 두 단어는 모두 모순을 가지고 있는 이상한 단어로 보이지만, 현실에선 '요리파 쉐프'라는 단어는 쓰이지 않고, '연기파 배우'라는 단어는 자주 쓰이곤 한다. 이는 요리력이 부족한 쉐프는 살아남지 못하는 반면, 연기 실력이 부족한 배우는 그렇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2002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의 한공주 역으로 제5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받은 문소리 배우는, 2011년 출산과 육아 과정을 겪으며 한동안 영화현장과 멀어지게 되는데, 그 때 큰 무력감을 느끼며 원인을 자신에게 돌렸다고 한다.. 더보기
<그것만이 내 세상> 이제 '박정민의 세상'임을 선언하다 이제 '박정민의 세상'임을 선언하다 영화 "너 같은 놈 많이 봤어. 발 좀 담그는 척하다가 다 없어져." 배우 박정민은 2016년 10월 발간한 자신의 산문집 에서 연기를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극단 형이 자신에게 한 말을 되새기며 버텨냈다고 회상한다. 박정민 배우는 2016년, 영화 의 송몽규 역할로 국내 여러 신인상을 휩쓸며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 후 작품들의 부진과 본업 대신 책을 내는 등의 행보가 '그 역시 한 명의 반짝 스타였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했었다. 하지만 1월 17일 개봉한 영화 을 통해서 사람들의 그런 생각이 전부 부질없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만들었다. 은 사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영화이다. 한 때 잘나가는 복서였지만 지금은 집도 없이 떠도는 신세인 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