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쉬 걸 The Danish Girl 2015
감독 : 톰 후퍼
출연 : 에디 레드메인 / 알리시아 비칸데르
제7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제88회 미국아카데미시상식 여우조연상 (알리시아 비칸데르) 수상
얼마 전 일행과 미래의 배우자 얘기를 하다가 “그러면 트랜스젠더는 어때?”라는 질문을 받았다. 사랑한다면 외국인도 ㅇㅋ, 나이도 상관없어, 돌싱ㅇㅋ 애 있어도ㅇㅋ! 라고 하니 온 다음 레벨의 질문이었고 나는 그 단계를 통과하지 못했다. 아마 이 영화를 보기 전이었다면 트랜스젠더여도 상관없다고 했었을 텐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에게 힘을 줄 목적으로 만든 이 영화가 나에게 역효과를 낸 셈이다.
그들을 혐오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고통을 나는 영원히 이해하지 못 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나는 트랜스젠더와 결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해하지 못한다면 나는 그들에게 상처를 줄게 분명하다. 인류의 역사가 그러했던 것처럼.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언젠간 무시하고, 마침내 배척하고야 만다.
하지만 바로 그 역사를 통해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배웠다. 사실 이 주장을 하는데 거창하게 역사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우리 모두 자신의 진심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 억울했던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정말 진심인데,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해 답답했던 그런 경험들. 그 억울함, 답답함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누구도 다른 사람의 진심을 배척해선 안 된다. 어떤 '진실'이 아직은 모두에게 어필되지 않았을 뿐. 그 진실이 내게 와 닿지 않았다고 해서 '거짓'이라고 뭉개고 짓밟을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트랜스젠더 분들을 완전히 이해하는 단계에는 못 이르렀지만, 에디 레드메인의 얼굴을 통해, 그들의 억울함만은 진심임을 느꼈다. 에디 또한 나처럼 트랜스젠더 분들의 감정을 경험해보지 못했겠지만 너무나도 완벽히 그들의 진심을 재현해냈다. 실로 대단한 배우임이 틀림없다.
영원히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더라도, 절대 그들에게 말로, 눈빛으로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지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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