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
<디판> 관람. 2015년 칸영화제 논란의 황금종려상. 생각해보면 논란이 아니었던 적이 있던가.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상을 받았다고해서 엄청 뛰어난 작품이란 것은 아니고, 받지 않았다고해서 별로인 작품인 것도 아니다. 단지 상을 받았으니 나중에 볼 때 먼저 본다, 는 정도 밖에 의미를 두지 않으려한다. (라고 했지만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정말 실망작이었다.)
-
<디판>은 감독 스스로 지어놓고 맘에 들지 않는 제목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제목이 참 좋았다. 좋다기보다는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이것 외에 더 적절한 제목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디판’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의 이름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디판’이라고 불리지만 결국 가짜 ‘디판’인 셈. 스리랑카 사람인 가짜 디판은 프랑스로 넘어가기 위해 이미 죽은 가족의 여권을 받는다. 그로써 가짜 디판 뿐만 아니라 가짜 ‘디판의 아내’, 그리고 가짜 ‘디판의 딸’이 가짜 가족이 되어 프랑스에 살게 된다. 영화 <디판>은 그러므로 거짓 신분을 가진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이다. 이민자 역시 어느 정도 불안정한 상태라는 점에서 그들은 안팎으로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디판과 그 가족들은 밖에서도 치이고, 안에서도 치인다. 그렇게 도저히 버틸 수가 없을 때 그들은 그 안에서 사랑을 황급히 발명한다. 자기들끼리 사랑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기에, 거짓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진짜 가족처럼 사랑을 한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에 대한 지지의 밑바탕엔 이런 심리가 깔려있는 것이 아닐까.
사망신고가 아닌, 사랑신고.
'일간 김한우 (영화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 11일 시/마더/이창동/봉준호 (0) | 2018.04.12 |
---|---|
4월 10일. 시/이창동/정성일 (0) | 2018.04.11 |
4월 8일. 비정성시 (0) | 2018.04.09 |
4월 7일. 다음 침공은 어디/마이클 무어/화씨911 (0) | 2018.04.07 |
4월 6일. 인히어런트 바이스/호아킨 피닉스 (0) | 2018.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