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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클래식 영화하면 프랑스 영화, 그 중에서도 이 감독의 영화를 빼면 안 될 것이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네 멋대로 해라>를 봤다. 1959년 작품. 원래 제목은 ‘네 멋대로 해라’라는 뜻이 아니다. 원제는 불어로 ‘A Bout De Souffle...’ 인데 대충 해석하면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때까지’ 라고 한다. 영어 제목도 ‘Breathless’인데, 왜 한국으로 넘어오며 이런 제목으로 바뀐 것일까. 고다르 본인은 이걸 알고 있을까나. ‘네 멋대로 해라’라는 표현이 나쁜 것은 아닌데, 오히려 나는 동명의 드라마 때문에 좋아하는 표현인데, 원제의 뜻과 너무나도 느낌이 다르다는 점에서, 별로 마음에 드는 제목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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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얘기할 때 ‘감독 멋대로 만든’ 영화라고, 편하게 평하는 것 같다. 정말 일차원적이고, 뻔하디 뻔한 클리셰라고 생각한다. 한글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은 두 번째 이유이다. 그러나 사실 영화가 제 멋대로 만들었다는 인상이 아예 없는 영화는 아니다. 진짜 보다보면 제 멋대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긴 한다. 그러나 플라시보 일수도 있다. 영화 제목이 ‘네 멋대로 해라’니까, 왠지 영화도 ‘제 멋대로’인 것처럼 느껴지는 효과. 그 효과로 인해 영화를 얘기한다면, 그것은 객관적인 평이 아닐 확률이 높다. 영화 평가를 하는데 이런 요소들은 제거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 상태에서 이 영화에 대한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보겠다면, 뭔가 멋대로인 지점들보다 원제와 관련된, ‘숨이 차오르는’, ‘숨을 쉴 수 없는’, ‘숨이 가쁜’ 지점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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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방금 봤지만, 그런 순간들이 바로 떠오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숨이 가쁜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영화는 다소 어느 정도의 텐션이 쭉 유지되는 영화이긴 하다. 영화가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주인공 미셸이 경찰관을 살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셸과 간발의 차이로 등장하는 프랑스 경찰들까지. 여기서 간발의 차이는 진짜 말 그대로 간발의 차이다. 미셸이 아마 호텔 로비 같은 곳에서 친구에게 어음을 받고 나가는 장면인데, 나는 이 씬이 롱테이크 촬영되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좋았다. 고다르 본인도 만들고나서 흡족했을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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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은, 혹은 이 영화를 보는 우리는 언제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었을까.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내일 더 생각해 봐야겠다. 오늘은 진짜 바로 떠오르는 것들만 써볼 참이다. 왜냐면 <네 멋대로 해라> 역시 바로 막 찍은 것 같은 영화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편집이 툭툭 끊기는 장면이 많았다. 기법이라기보다는 경제성의 결과로 보였다. 그냥 그렇게 막 찍었기 때문에, 막 갖다 붙인 것 같다. 신기한건 그런 점들이 처음엔 의아하고 거슬렸다가 점점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나중엔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어차피 이래도 말 되는데, 앞으로 다른 영화들도 이렇게 해도 되는 것 아닌가? 이거 영화 만들기 쉽겠는데?
두 번째로 이 영화가 막 찍은 영화라는 생각이 든 이유는, 화면에 대놓고 나온다. 영화 속 인물들이 거리를 걸어가는 장면에서, 인물의 주위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전부 카메라를 혹은 연기하고 있는 배우를 쳐다본다. 신기하다는 듯이.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한 명도 빠짐없이 그 티를 낸다. 정말 100%의 확률이어서 이 역시 나중엔 이런 생각까지 든다. 이것도 다 연기자들 아니야? 정말 재밌는 영화다. 이런 지점 또한 이름하야 ‘누벨바그’의 대표주자인 장 뤽 고다르 감독이라면 의도한 것임이 분명하다. 무슨 의도냐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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