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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김한우 (영화 일기)

5월 5일. 블랙 팬서(2)/블랙팬서vs원더우먼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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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팬서>를 보고 나니 <인피니티 워>가 또 보고 싶어졌다. 개봉 영화 2회차를 보고 싶은 영화는 오랜만이다. 티란티노 무비나 <매드맥스> 정도가 아닐까. <라이프 오브 파이>도 최근 재개봉했길래 보고 싶었던 영화 중 하나다. 확실히 영화관에서 두 번 이상 보고 싶은 영화는 영화 예술성보다는 보는 재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인 것 같다. 그러나 <인피니티 워>의 경우, 재미보다는 <블랙 팬서>를 보지 않고 봤다는 사실이 조금 더 재관람을 끌리게 만드는 케이스이다. 첫 관람 때 블랙 팬서와 와칸다에 대한 것을 모르고 보다보니 그냥 대충 맥락적으로 파악을 했었다. 와칸다라는 곳이 블랙 팬서의 메인 베이스이구나. 와칸다에도 몇 핵심 조력 멤버들이 있구나. 그리고 와칸다의 누군가가 출연했을 때 옆 관객들이 웅성웅성하던 반응을 들으며, <블랙 팬서>에 저 캐릭터의 사연이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그 캐릭터가 정확히 누구였던 지는 생각이 안 난다. 기억나는 건 버키 뿐. 버키가 등장했을 때도 관객에서 약간의 웅성거림이 있었는데 이는 <블랙 팬서>의 마지막 쿠키에 버키가 등장하는 것으로 조각이 맞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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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피니티 워>를 보며 <블랙 팬서>의 이야기를 대충 추측했던 결과, 와칸다 왕국이 <원더 우먼>의 아마존 왕국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실제로 설정이 거의 똑같다. 외세를 피해 숨은 폐쇄적인 나라. 왕위 구조. 여성 위주의 군사. 그들이 쓰는 무기 창까지. 인간의 상상력에 대한 회의가 들 정도의 수준이다. 이정도면 DC 시리즈 중 가장 흥했던 작품 <원더 우먼>을 견제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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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넘게 마블의 배우 캐스팅 풀이 걱정된다. 어벤져스 새 시리즈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블랙 팬서>에 새로 등장한 나름 이름값 있는배우만 해도 마틴 프리먼, 앤디 서키스, 루피타 뇽, 마이클 B 조던, 다나이 구리라(워킹데드 미숀), 다니엘 칼루야, 포레스트 휘태커이다. <토르 라그나로크>로 가보면, 케이트 블란쳇, 제프 골드브럼, 베네치오 델 토로.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마이클 키튼. 내 우려는 이거다. 어벤져스 시리즈에 한 번 출연 한 배우라면, 이 시리즈가 끝나기 전까지는 영구적으로 그 캐릭터로 남게 된다. 다른 어벤져스 시리즈 영화에 다른 캐릭터로 출연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아마 절대로 캐스팅할 수 없을 ‘DC 시리즈에 출연한 적 있는 배우들까지 제외한다면, 앞으로 캐스팅에 어느 정도 지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

 

 진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런 걱정들보단,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어벤져스 시리즈에 등장했을 때 얼마나 잘 녹아드는지를 보는 것이 참 재밌다는 거다. 이번 <블랙 팬서>에도 내 사랑 왓슨과 내 사랑 호빗, 마틴 프리먼의 등장이 너무 반가웠다. (실제 첫 등장은 <시빌워>였지만 딱히 중요한 역할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게다가 어쩌다보니중간보스인 골룸 그 자체앤디 서키스도 맹활약한다. 우리의 미숀도 꽤 중요한 역할을 잘 맡아주어 기특했다. 여담이지만 <토르 라그나로크>의 베네치오 델 토로 활용도는 아직도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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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블랙 팬서> 이야기. <겟 아웃>으로 반짝 스타 반열에 오른 다니엘 칼루야와 다나이 구리라 간의 로맨틱한?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배신한 와카비를 처단하기 위해 와칸다 최고의 전사 오코예가 다나이 구리라가 그의 앞에 선다. 둘은 사랑하는 사이. 와카비는 오코예에게 날 죽일 거야? 날 사랑하면서?”라고 묻는다. 보통 이런 류의 대사가 나오는 영화에서 이어지는 장면은, 이내 체념하며, “어쩔 수 없지.”하며, 서로의 무기를 맞대는 장면일 것이다. 하지만 <블랙 팬서>는 달랐다. 와카비는 오코예가 결연하고 단호하게 나라를 위해서라면 너를 죽이는 것을 망설이지 않겠다.”고 하자 자신의 무기를 내려놓는다. 다시. 보통 영화라면 이는 사랑을 선택한 로맨틱한 순간으로 보였겠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 와카비는 사랑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목숨을 선택한 것이다. ‘오코예는 와칸다 최강의 전사다.’ ‘나는 그녀에게 질 것이다.’‘이 전사는 분명 나를 망설임 없이 벨 것이다.’ 와카비가 항복한 원인엔 분명 이와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