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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를 보고 나니 <인피니티 워>가 또 보고 싶어졌다. 개봉 영화 2회차를 보고 싶은 영화는 오랜만이다. 티란티노 무비나 <매드맥스> 정도가 아닐까. 아 <라이프 오브 파이>도 최근 재개봉했길래 보고 싶었던 영화 중 하나다. 확실히 영화관에서 두 번 이상 보고 싶은 영화는 영화 예술성보다는 ‘보는 재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인 것 같다. 그러나 <인피니티 워>의 경우, 재미보다는 <블랙 팬서>를 보지 않고 봤다는 사실이 조금 더 재관람을 끌리게 만드는 케이스이다. 첫 관람 때 블랙 팬서와 와칸다에 대한 것을 모르고 보다보니 그냥 대충 맥락적으로 파악을 했었다. 와칸다라는 곳이 블랙 팬서의 메인 베이스이구나. 와칸다에도 몇 핵심 조력 멤버들이 있구나. 그리고 와칸다의 누군가가 출연했을 때 옆 관객들이 웅성웅성하던 반응을 들으며, <블랙 팬서>에 저 캐릭터의 사연이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그 캐릭터가 정확히 누구였던 지는 생각이 안 난다. 기억나는 건 버키 뿐. 버키가 등장했을 때도 관객에서 약간의 웅성거림이 있었는데 이는 <블랙 팬서>의 마지막 쿠키에 버키가 등장하는 것으로 조각이 맞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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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워>를 보며 <블랙 팬서>의 이야기를 대충 추측했던 결과, 와칸다 왕국이 <원더 우먼>의 아마존 왕국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실제로 설정이 거의 똑같다. 외세를 피해 숨은 폐쇄적인 나라. 왕위 구조. 여성 위주의 군사. 그들이 쓰는 무기 창까지. 인간의 상상력에 대한 회의가 들 정도의 수준이다. 이정도면 DC 시리즈 중 가장 흥했던 작품 <원더 우먼>을 견제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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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넘게 마블의 배우 캐스팅 풀이 걱정된다. 어벤져스 새 시리즈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블랙 팬서>에 새로 등장한 ‘나름 이름값 있는’ 배우만 해도 마틴 프리먼, 앤디 서키스, 루피타 뇽, 마이클 B 조던, 다나이 구리라(워킹데드 미숀), 다니엘 칼루야, 포레스트 휘태커이다. <토르 라그나로크>로 가보면, 케이트 블란쳇, 제프 골드브럼, 베네치오 델 토로.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마이클 키튼. 내 우려는 이거다. 어벤져스 시리즈에 한 번 출연 한 배우라면, 이 시리즈가 끝나기 전까지는 영구적으로 그 캐릭터로 남게 된다. 다른 어벤져스 시리즈 영화에 다른 캐릭터로 출연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아마 절대로 캐스팅할 수 없을 ‘DC 시리즈에 출연한 적 있는 배우’들까지 제외한다면, 앞으로 캐스팅에 어느 정도 지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
진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런 걱정들보단,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어벤져스 시리즈에 등장했을 때 얼마나 잘 녹아드는지를 보는 것이 참 재밌다는 거다. 이번 <블랙 팬서>에도 내 사랑 왓슨과 내 사랑 호빗, 마틴 프리먼의 등장이 너무 반가웠다. (실제 첫 등장은 <시빌워>였지만 딱히 중요한 역할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게다가 ‘어쩌다보니’ 중간보스인 ‘골룸 그 자체’ 앤디 서키스도 맹활약한다. 우리의 미숀도 꽤 중요한 역할을 잘 맡아주어 기특했다. 여담이지만 <토르 라그나로크>의 베네치오 델 토로 활용도는 아직도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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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블랙 팬서> 이야기. <겟 아웃>으로 반짝 스타 반열에 오른 다니엘 칼루야와 다나이 구리라 간의 로맨틱한?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배신한 와카비를 처단하기 위해 와칸다 최고의 전사 오코예가 다나이 구리라가 그의 앞에 선다. 둘은 사랑하는 사이. 와카비는 오코예에게 “날 죽일 거야? 날 사랑하면서?”라고 묻는다. 보통 이런 류의 대사가 나오는 영화에서 이어지는 장면은, 이내 체념하며, “어쩔 수 없지.”하며, 서로의 무기를 맞대는 장면일 것이다. 하지만 <블랙 팬서>는 달랐다. 와카비는 오코예가 결연하고 단호하게 “나라를 위해서라면 너를 죽이는 것을 망설이지 않겠다.”고 하자 자신의 무기를 내려놓는다. 다시. 보통 영화라면 이는 사랑을 선택한 로맨틱한 순간으로 보였겠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 와카비는 사랑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목숨을 선택한 것이다. ‘오코예는 와칸다 최강의 전사다.’ ‘나는 그녀에게 질 것이다.’‘이 전사는 분명 나를 망설임 없이 벨 것이다.’ 와카비가 항복한 원인엔 분명 이와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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