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 것: 꽃놀이패 (sbs 파일럿)(2016년 7월 15,16일 방영)
꽃놀이패는 바둑 용어로, 이기면 큰 이익을 얻지만 져도 부담이 가벼운 패를 말한다. 대충 내 선택에 따라 출연자들은 꽃길이냐 흙길이냐가 정해져 희비가 엇갈리지만 보는 사람은 그저 꽃놀이를 즐기듯이 그 모습을 즐기라는 뜻으로 지은 제목 같다. 뭐 나름 나쁘지 않았다. 시청자가 직접 투표하여 자신의 결정에 따라 연예인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은 웃음 외에도 다른 재미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문제점은 이렇게 시청자들에 의한 방송임을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시청자의 선택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표는 최다 득표자 혹은 최소 득표자가 꽃길(부유한 코스) 혹은 흙길(가난한 코스)의 팀장이 되는 것을 결정하는 투표이다. 하지만 팀장은 팀원들을 선택하는 자유가 있어 나머지 팀이 구성되는 것에 관해선 시청자들은 관여할 수 없다. 게다가 그 투표도 약 한 나절을 간격으로(하루 2~3회) 진행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더 미미해진다. 거기에 더해진 ‘환승권’이라는 변수로 꽃길-흙길 간의 환승이 가능해지고 시청자의 첫 투표는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게 돼버린다. 제작진의 ‘시청자의 방송’ 천명은, 근래 ‘참여하는 방송’의 대세에 맞춰 “우리도 시청자들의 참여가 있는 방송이다!”라고 자위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투표마저 인기투표로 흘러가기 쉬워 이것이 정말 시청자 입장에서 ‘좋은 방향’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과연 다수의 대중에 의한 투표는 옳은 결과를 내는 것인가. 최근 있었던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온 국민 직접 투표가 떠오르기도 했다. 한 팀의 팀장을 뽑는 것은 원래 제작진이 하는 일인데, 그것이 제작진이 해야 할 일인데. 그 해야 할 일을 대중에게 미룬 후 결과물이 잘 나오지 못해 정규 편성 되지 못한 것 또한 그들의 탓으로 돌리는 게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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