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30일 ~ 7월 31일 ; 경주 여행
29일.
오후 4시 느지막이 경주에 도착했다. 숙소는 차차랑 게스트하우스. 바로 옆에 총(塚)이 있어 경주삘이 상당히 났다. 그러나 주차장이 따로 없어서 조금 떨어져서 주차를 했는데 주변은 왜 이렇게 모텔이 많아란 말이 나올 정도로 모텔이 많았고, 메인 경주 유적지들이랑은 거리가 조금 된다. 물론 여행와서 못 걸을 정도로 먼 건 아닌데 안압지(現 동궁과 월지)는 그래도 꽤 멀었다. 조금 시원할 때면 몰라도 여름엔 걷기 힘들 것으로 사료된다. 나는 걷는 거 좋아해서 괜찮았지만 일행 친구들이 불평하여 돌아 올 땐 택시를 탔었다. 자세한 게하 위치 사진은 생략한다.
굳이 사진까지 곁들여 넣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게하가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피는 너무 사랑스러웠다. 해피는 2016년 7월 기준 7개월 된 강아지로 펜션 주인의 개(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얗고 순하고 사람을 좋아하여 꽤 데리고 놀았다. 방은 ‘도미토리 4인실’이라는 방이었는데 이 방이 11만원. 그런데 한 명이 예약해도 4인 가격 11만원을 내야하는 형식이었다. 이런 건 처음이었지만 마침 네 명이서 가는 거라 이득이라 생각하고 덜컥 예약했던 것이었는데, 방이 생각보다 작았다. 도미토리 6인실보다 1인당 면적이 훨씬 작다고 생각하면 된다. ‘생각보다’라고 느낀 것은 이유를 모르겠지만 홈페이지에 이 방 사진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아예 없는 방처럼 방 정보가 예약할 때 빼곤 없다. 아마 어쩌다 한 번 팔리는 방인데 우리가 우연히 채워준 기분. 모르는 사람 없이 우리끼리 온전히 쓸 수 있는 방이라는 장점은 외에 장점은 딱히 없다. 홈페이지엔 모든 도미토리객실에는 개인사물함이 있다고 써져있었지만 우리 방엔 그런 거 없었다.
그 외에, 1. 와이파이는 비밀 번호 없이 막 쓸 수 있었지만 역시 비밀 번호가 없는 공용 와이파이는 뭔가 약하고 자주 끊긴다. 노트북 가져와서 뭔가 작업할 사람이라면 다른 곳을 찾는 게 나을 것 같다. 2. 아침으로 달걀, 식빵, 커피, 딸기잼 피넛버터 등을 무한 제공한다. 그 외의 것은 물 밖에 없으니 전날밤 우유를 미리 사놓는 것도 좋을 것 같다. 3. **파티도 없다.** 절대 파티가 주 목적은 아니었지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라 기대를 하고 갔다. 몇몇 블로그에서 매주 밤 9시마다 참가비를 받는 치맥파티가 있다. 라는 글을 보고 간 것이었는데 실제 가서 물어보니 저희가 주최하지 않는 덴다. 파티를 기대하고 가시는 분은 *절대 다른 곳을 가시길 바란다.*
다시 여행 얘기로 돌아와서 딱히 계획을 안 세우고 온 거라 도착하고 나서 어디를 갈지 생각했다. 그러다 "보통 6시면 유적지 이런데 닫잖아?" 근데 벌써 4시라 황급히 가장 먼 석굴암으로 출발했다. 차를 타고 꽤 긴 굽이굽이 길을 지나 거의 한 시간 정도 걸려 석굴암에 도착했다. 입장료는 5천원. 어디에서나 되던 내 카드가 안 먹혀서 여러 번 긁느라고 내 뒤로 줄이 쫙 섰다. 그런 일만 없으면 기다리거나 줄 슬일 없을 것 같이 한가했다.
나는 경주가 처음이었다. 말로만 글로만 봤던 석굴암은 이렇게 생겼구나, 하지만 큰 스케일의 중국 유적지 등에 익숙해져 석굴암이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석굴암엔 본존불(本尊佛) 밖에 볼 것이 없었고 사진 촬영이 안된대서 찍지 못했다. 석굴암이 아쉬운 점은 이 본존불이 요리로 따지면 메인디쉬인데 그것 외에 따로 '이곳에 왔다'는 사진을 남길만한 포토존이 없다는 것이었다. 딱히 사진 욕심은 없는 나지만 그래도 일행과 왔으니 단체 사진을 기억 남을만한 곳에서 찍고 싶었는데 찾지 못해 힘들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다보니 벌써 6시가 다되어 하산하고 저녁을 먹으러 보문단지로 출발했다.
보문단지는 무슨 라페스타, 웨스턴돔 이런 것처럼 작은 단지가 형성되어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더 큰 개념이었다. ‘어떤 구역 안에 호텔, 스파, 워터파크, 테마파크, 음식점 등이 모여 있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꽤 먹을 것이 많아보였지만 운전자 친구가 술을 먹고 싶다하여 다시 숙소 근처로 왔다. 숙소 주인에게 인근 고기 집을 추천해 달라했더니 가까운 곳을 가리켰고 갔더니 휴가라고 쉬고 있었다. 보통 관광지 음식점이면 남들 휴가일 때가 가장 일할 때가 아니었던가. 신기했다. 그래서 관광지 같지 않은 골목으로 무작정 들어가서 결국 고기 집을 찾아냈고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원래 블로그 맛집 소개는 잘 믿지 않지만 정말 좋은 곳은 공유하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주소까지 찍어왔다. (남이하면 홍보 내가하면 순수)
이름은 ‘돈황 참숯불갈비’ 주소는 ‘경주 금성로 266번길 34’. 밑반찬들이 다 괜찮았고, 공기밥 무한리필이 지친 여행객들에겐 꿀이었다. 그리고 고기도 맛있었지만 가장 맛있었던 건 한우땡초라면. 경주에선 흔한 스타일의 라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처음 먹어본 맛이었다.
그러고 나서 야경 구경에 나섰다. 대릉원일원에서부터 천마총이 있는 곳을 지나 첨성대가 있는 월성지구 쪽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 곳을 지나 안압지로 가는 길, 그 길에 이 연꽃인지 뭔지 아무튼 드넓은 곳에 어떤 지역이 형성되어있는데 정말 자연 속에 들어간 것 같은 기분. 낮에 보니 꽃도 폈던데 참 괜찮았다.
안압지라 불렸던 ‘동궁과 월지’는 경복궁 야간 개장처럼 사람이 엄청 많았다. 허나 안타깝게도 10시까지 입장인데 입장시간을 십 분 놓쳐 들어가지 못했다. 경주 여행에서 하나 아쉬웠던 점인데, 멀리서 잠깐 봤지만 이것만을 위해서라도 경주에 한 번 더 와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 건너편에서 찍은 사진
30일.
아침에 스크램블과 프렌치토스트를 마음껏 해먹고 11시께에 다시 동궁과 월지에 갔다. 야경만 좋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낮에도 경치는 참 좋았다. 잘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왠지 진짜 신라시대에는 안 이랬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현대 사람들의 미적 기준에 맞춰 계획적으로 잘 만들어진 느낌? 그래도 멋지다는 느낌에선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코스 불국사.
제일 여행 온 느낌이 나는 곳이었다. 대웅전, 다보탑, 석굴암 이제 역사 문제 나오면 헷갈리지 않을 것 같다.
얘가 다보탑
얘가 석가탑
불국사에 있던 수많은 소원들. 이 소원들은 다 어디로 갈까.
이제 마지막 식사. 완벽한 마무리를 위해 맛집 검색을 또 그제서야 시작했다. 그러다 대충 적당히 찾은 음식점. '늘봄'
그런데 퀄리티가 장난이 아니었다. 밑반찬 하나하나 다 맛있었고 특히 떡갈비와 우렁이쌈밥이 제대로였다. 15000원 가격 값어치 제대로 한 것 같다. 다만 손님이 너무 많아서 직원들이 벅차하는게 느껴졌다. 쌈밥 정식인데 쌈밥과 밑반찬을 리필해달라고 말하기 미안했었다. 그래도 맛은 참 좋았음. 추천.
경주는 가는 곳마다 경주빵과 찰보리빵을 파는 곳이 많다. 집에 하나 사가려고 잠깐 멈춘 곳에 이런 벽화 코스가 있어 한 컷. 집에와서 경주빵 먹어보았는데 딱히 별 거 없었다. 비싸다.
이상 경주 끝. 가 볼만한 곳이었고 또 갈만한 곳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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