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V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날이 있다면 <무한도전 진실게임 특집>

 

무한도전 527회

(MBC 2017년 4월 29일 방영)

 

 

 무한도전 527회는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추격전. 진실게임. 서로의 질문에 무조건 진실을 말해야 하고, 거짓말을 하면 나의 그림자가 늘어난다는 설정이었다. 오랜만에 무한도전다운 기획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역대 무한도전 특집 중에 텔레파시 특집을 가장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멤버들의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 프로그램 특징상, 특히 예능의 특징상 재미를 위해 서로를 비꼬고 공격하고 싫어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텔레파시 특집에서는 멤버들이 서로를 절절히 아끼는, 그리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서로 공격하고 헐뜯는 모습이 설정이고, 평소엔 친함 이상의 사이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직접 그 모습을 눈으로 보는 것은 느낌이 확실히 달랐었다.

 

 이번 진실게임 특집도 진실을 표현한다는 데에서 결이 비슷했다. 거짓말 탐지기가 도입되어 웬만한 거짓말도 다 판별이 가능한 상황. 거기에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멤버들의 사적인 영역에 관한 민감한 질문이 들어왔다. 멤버에 관한 애정도나 무한도전에 대한 애정도, 멤버들의 기존 캐릭터에 맞춘 디테일한 질문들, 예컨대 돈 때문에 무한도전 하는 거냐, 같은 질문들이 주를 이뤘다. 평소 멤버들에게 소심한 문자를 보낸다고 알려져 있는 정준하에게는 그에 관해 아직 안 풀린 것이 있냐는 질문이 주어졌고, 아직도 쌓인 게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위 대화는 그 이후 진실만을 말하는 추격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대화이다.

"나
는 한 때 너를 이해하지 못 했는데, 이제는 이해하고 사랑하려고 해. 진심을 다해서 얘기하니까 좋다."

 

 어느 하루만큼은 모두가 진실만을 얘기해야 하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추장스러운 거짓말탐지기는 떼버리고 말이다. 진심을 다해서 얘기하면 이렇게나 좋은데. 과거 서로 이해하지 못 했던 것, 잘못한 것 모두 이해하고 서로 사랑할 수 있을 텐데. 1년 중 하루라도 그런 날이 있다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워질까, 뭐 이런 예쁜 생각이 들게 한 무한도전이었다.

 

 

+ 현실에선 일어나기 힘든, 궁극적으로 인간이 지향해야 하는 이상적인 상황을, 작은 현실에서 실현해 보여주는 것. 내가 구현해내고 싶은, 누군가 어떤 컨텐츠를 만들고 싶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 한 채 내 뇌에만 담아 두었던 컨텐츠가 이런 비슷한 종류가 아닐까,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