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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사람들은 왜 독서량에 집착할까 <알쓸신잡 8회 - 전주>


<알쓸신잡 8회 전주편>

 영화 좀 추천해달라는 말을 듣게 되면서였다 많은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나한테 무슨 전문성을 기대하고 물어본 것도 아니었을 텐데 웬 이상한 책임감? 허세?가 생겨서 남들이 모르는 좋은 영화를 많이 알아둬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 좋을라고 보는 영화인데 남을 위해서 영화를 본 셈이다. <알쓸신잡> 8회의 마지막 주제로 "사람들은 왜 독서량에 집착할까"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데 '영화량'에 집착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집착 유경험자로서 내 생각을 말하자면 그 이유는 '허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영하 작가님은 그 원인을 '불안함', '지식에 대한 초조함'으로 진단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현대인들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이것저것 많이 보는 데 집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시민 작가님의 말 대로, '본다'는 것은 '안다'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전주를 한 번 갔다 왔다고 해서 전주를 '안다'고 할 수 있는가. 북한산을 한 번 등산했다고 해서, 북한산을 '안다'고 할 수 있는가. 어느 정도는 안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온전히 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영화를 봤다는 것, 책을 읽었다는 것, 그 행위 자체는 내 지식 함양과는 큰 연관이 없는데, 우리는 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한다. 그 만족은 어떤 만족인가. ‘나는 이 책을 아는 사람이다라는 사실에 도취됐거나, 남에게 그렇게 비춰지는 것에 대한 쾌감이다. 절대로 지식에 대한 초조함을 충족시켜주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

 책이든 영화든 그것이 어떤 메시지를 나에게 전달하고 있으며, 내가 어떤 장면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곱씹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것이 그 존재의 의미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락의 기능도 존중한다. 오락만을 위해서 봤다면 굳이 강요는 하지 않겠다.) 그러니 독서량에 집착하지 말고, 한 책을 진득하게 읽었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나서 내 마음을 울린 장면이 왜 나를 울렸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것이 인문학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일 것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쓴 글이지만, 물론 나에게도 해당되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