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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 동안 계속 학습적인, 뭔가 배워야하는 영화만 보는 게 질려서 기분전환 할 겸, <허트 로커>(The Hurt Locker, 2008)를 틀었다. 애정하는 배우 제레미 러너가 이 영화에서 그렇게 연기를 잘 해버렸다는 소리를 씨네타운 나인틴에서 들은 것 같다.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이제야 보게 됐다.
제레미 레너가 우스워보였던 것은 <어벤져스> 때였다. 온갖 대단한 능력을 선보이는 히어로들 사이에서 그는 너무나 하찮아보였다. 씨네타운 나인틴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쩌리’ 혹은 ‘쩜오’였다. 자신에 대한 이런 평가를 알았는지, 그는 결국 이번 어벤저스에서는 등장하지 않게 됐다.
다음 그를 만나게 된 영화는 <본 레거시>였다. 결과는 역시 아쉬웠다. 그가 연기를 유달리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시리즈는 모두가 알다시피 맷 데이먼의 영화였다. 그는 여기서도 쩌리이자 쩜오였다.
그러다 그를 다시 본 것은 작년 <컨택트>에서였다. <컨택트>에서도 그는 분명 쩌리였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에이미 아담스였고, 제레미 레너는 그를 보조하는 역할이었다. 그리고 보조하는 역할에서 그는 빛이 났다. 다시 한 번, 씨네타운 나인틴에서는 제레미 레너를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보조가 제격이다.” “진정한 쩜오다!” 우스갯소리였겠지만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말이었다.
내가 제레미 레너를 완전 애정하게 된 것은 <윈드 리버> 때였다. <윈드 리버>는 작년 나의 베스트 영화 중 하나였다. 영화 자체가 매력적인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제레미 레너가 너무 좋았다. 혼자서 새하얀 윈드리버를 버텨내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그는 히어로들 사이에서가 아니라 홀로 고독하게 서 있을 때, 지구의 히어로가 아니라 작은 동네의 ‘히어로’일 때 정말 매력적이었다.
다시 <허트 로커>로 돌아온다. <허트 로커>는 <윈드 리버>에 비견될 만한 제레미 러너의 대표 작품이라 말해도 될 것 같다. 굳이 순위를 나누자면 <윈드 리버>가 더 위긴 하지만. 아무튼 <허트 로커>에서도 그는 혼자다. <허트 로커>는 군대 영화라 기본적으로 한 병사가 홀로 있는 것이 불가능하나, <허트 로커>에서 그는 혼자다. 그 이유는 일단 그가 속해있는 분대가 소수(3명)이기도 하고, 또 임무를 수행할 때도 그는 혼자서 방호복을 쓰고 폭탄을 해체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윈드 리버’에 못지않은 공포가 깔려있는 바그다드 길바닥에서, 그는 홀로 온갖 공포와 압박을 버텨내는 인물을 연기해낸다. 작품만 잘 고른다면 정말 오래갈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아직 필모가 많진 않았다. 그가 주연한 또 다른 작품인 <아메리칸 허슬>을 곧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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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허트 로커>는 간만에 끊지 않고 쭉 본 영화였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카메라였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인물을 찍는 도중에 줌인 줌아웃을 한다. 아니 다큐멘터리라기보다는 뉴스의 자료화면 같았다. 그럼으로써 현실감이 증폭된다. 자연스레 집중되며 영화를 끊을 수 없었다. 이야기나 주제는 그리 신선한 것은 아니었다. 전쟁, 폭력에 중독된 한 남자의 비극. 당연히 미국이 벌이는 전쟁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의도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니까 다른 거 말고, 카메라랑 제레미 러너가 다 한 영화이다. 그래도 별 다섯 개짜리 영화. 쉽게 말하자면 별 다섯 개라는 거다. 별점, 탐탁치는 않지만 참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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