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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 영화의 마지막 퍼즐 <초록물고기>를 봤다. 물론 이 영화는 이창동 감독의 첫 영화이다. <초록물고기>는 첫 영화답게 첫 영화인 티가 팍팍 난다. 뭔가가 투박하다. 이창동 감독의 근작을 먼저보고 거슬러 올라갔기 때문에 그게 더 보였다. ‘투박함’은 이창동 감독의 특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밀양>과 <시>는 참 매끈매끈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 이런 식으로 근거 없이 대충대충 쓰기 싫은데 어쩔 수가 없다. 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내일은 저녁 약속까지 생겨 글을 쓸 수 있을는지. 영화보기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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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물고기>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동한 영화였다. 게다가 그들의 젊은 모습을 보니 더 재밌었다. 송강호, 문성근, 한석규 이 세 분은 정말 정말 사랑하는 배우들이고, 정진영 배우님도 참 좋다. 특히 이 영화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 함께 송강호 배우의 전설의 시작으로도 많이 회자되는 영화이다. 이창동 감독의 데뷔작과 홍상수 감독의 데뷔작에 동시에 출연한 유일한 배우. 역시 될 사람은 떡잎부터 다르고, 시작부터 간지난다. ‘잘 된 사람은 시작부터 간지났다’, 어릴 적부터 했었던 생각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한 길을 걸어온 사람이 정말 멋있어보였다. 근데 난 이미 그 길은 틀려버렸다. 이제 남은 길은 이창동 감독님처럼 다른 일을 하다 늦게라도 빛을 보는 것 뿐. 그래 열심히 써야겠다. 음 내일부터.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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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에는 별 세 개를 줬고, ‘닭 쫓던 물고기’라고 평했다. 아직 정확히 생각해내진 못했지만, 분명 마지막 닭을 잡는 장면에서 뭔가 분석을 할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막동이는 분명 자신이 물고기를 쫓던 소년이었지만, 이 영화에선 어느 순간 자신이 물고기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그렇게 적었다. 자세한건 내일 제대로 써볼 것이다. 이 이제 막 개발이 진행되고 있던 신도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내가 사랑하는 ‘일산’에서, 아니 정확히는 그 언저리에 살고 있던 젊은 물고기는 닭을 쫓았고, 우리가 익히 아는 속담처럼, 닭 쫓던 물고기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지붕만 쳐다보게 되었다. <초록물고기>. 내일 계속. (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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