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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관람.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가 한 솔로와 츄바카라 미룰 수가 없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기획 단계가 쉬웠을 것 같다. 나는 <인피니티 워>가 한창 핫했을 때도, 남들이 열광하는 한 부분에 대해 공감할 수가 없었는데, 그 부분은 바로 한 영화에 스무 명이 넘는 영웅들의 분량을 기가 막히게 조합해냈다는 지점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는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각 영웅들이 선보여야하는 액션들의 체크리스트를 만든 뒤, 하나하나씩 소거하면서 삽입하면 되는 작업이 아닌가. 물론 이를 잘 배열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나, 확실한 건 아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수월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를 보며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캐릭터를 가지고 온 영화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인피니티 워>에서 그전 시리즈에 만들어 놓은 히어로들을 배치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체크리스트를 만들 수 있다. 1. 한 솔로가 왜 전 우주로부터 환영받지 못한 사람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2. 한 솔로와 츄바카의 첫 만남을 보여준다. 3. 한 솔로가 어떻게 밀레니엄 팔콘호를 가지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한 솔로의 전사를 보여주는 영화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 필요 없이 이 세 가지만 만들면 됐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영화에 비해 기획 단계가 쉬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정확히 이 세 가지를 보여주는데 성공한다. 그 외엔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그 외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진짜 문제는 이 세 이야기가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 솔로와 츄바카의 만남은 극적이나 너무 순식간이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이 커플의 기여도로 따지면, 이 둘의 만남은 만남 자체로 영화를 한 편 선사해야 할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는 딱히 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 아무 맥락 없이 싸우던 그들은 별 공감 없이 단짝이 되어버린다. 그래도 츄바카 울음소리를 듣게 돼서 너무 좋았다. 너무 귀여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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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위 세 가지와 별개로 가장 기다렸던 순간이 있다. 이 역시도 제작진의 체크리스트엔 있었을 것이다. 시리즈의 시그니처 대사니까. 그가 7편에서 죽어버렸기에 이제 다신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그의 목소리로 들을 수 없는 한 마디. “I have a bad feeling about this.” 비록 내가 사랑하는 배우 해리슨 포드의 입은 아니지만, 어쨌든 한 솔로의 입으로 뱉는 “예감이 좋지 않아.”를 들으며 한 솔로의 죽음을 다시 한 번 슬퍼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큰 반전은 이 대사가 뒤집힌다는 거다. 자신이 믿고 따르던 베킷(우디 해럴슨)이 뒤통수를 쳤고, 사랑하는 키라(에밀리아 클라크)가 자신을 버리고 떠나는 것 따위, ‘한 솔로’의 ‘솔로’가 진짜 혼자여서 ‘솔로’라는 것 따위는 나에게 아무런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I have a good feeling about this.” 단지 한 솔로가 한 단어를 바꿨을 뿐인데, 나는 그 순간 어떤 반전 영화에서 느꼈던 것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계속 별로였던 영화가 이 대사 하나로 좋아질 것만 같았다. 이 영화는 이 변화 하나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 중요한 일을 하기에 앞서 항상 ‘bad feeling’을 느꼈던 그는 원래 ‘good feeling’을 느끼는 사람이었다는 것.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는 단순 에피소드4 이전의 한 솔로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 그가 어떻게 good feeling에서 bad feeling의 마음가짐을 갖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그가 매사에 불길함을 느끼며 의심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했기에, 결국 그는 온갖 여정을 거친 뒤 에피소드7에서 전설로서 퇴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상 한 솔로 빠의 애정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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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부터 예감이 안 좋다는 생각을 하며 살게 됐을까. 나 역시 젊은 한 솔로처럼 ‘예감이 좋다’며 뭔가 하기를 망설이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좀 더 긍정적으로 살아보려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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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도 안했는데 에밀리아 클라크, 우디 해럴슨을 보게 되어 반가웠다. 우디 해럴슨은 처음엔 못 알아봤다가 목소리가 자꾸 익숙해서 생각 생각하다가 겨우 떠올렸다. <쓰리 빌보드> 때와 너무 다른 모습이라 생각이 안 난 모양이다. 도대체 왕좌의 게임 다음 시즌은 언제 나오는 거지. 에밀리아 클라크 빨리 보고 싶다. 영화도 많이 찍으셨으면 좋겠다. 차일디쉬 갬비노(Childish Gambino)도 방가방가. 본명 도날드 글로버. 그가 연기한다는 걸 몰랐다가 최근 알게 됐는데 이렇게 연기 쪽에도 재능이 있는 지, 이렇게 큰 영화에 나올 수 있는 정도인지 몰랐다. 얼마 전 이슈였던 <This is America> 뮤직비디오에서 춤을 아주 찰지게 추던데. 멋있는 아티스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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