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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김한우 (영화 일기)

6월 1일. 18년 5월 결산. 6월 기대작. 볼 영화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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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본 영화를 정리한다. 5월의 첫 영화는 <아무르>였다. 5월은 대박이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너무 좋은 영화를 봤다. 또한 5월은 새로 개봉한 영화를 대비하기 위해, 혹은 보충하기 위해 본 영화들이 많다. <블랙 팬서>, <데드풀>, <박하사탕>, <오아시스>, <초록 물고기>. 그리고 뜬금없이 라스 폰 트리에의 <안티크라이스트>, 갑자기 <사랑에 대한 모든 것>, 기다렸던 <버닝>, <독전>. 이어서 <스틸 라이프>,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그리고 너무나 위대한 <7인의 사무라이><카게무샤>까지. 총 열 네편. 지난달에 비해 여섯 편을 덜봤다. 하루가 버거워 수요일을 몇 번 쉰 탓이다. 하지만 예상보단 많이 본 것 같다. 5월을 시작하며 열편만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썼었다. 6월에는 좀 더 힘내서 5월에 본 것 이상 보고 싶다.

 

 5월은 영화관도 별로 못 갔다. 주머니 사정은 좀 나아졌는데 역시 시간이 문제다. <버닝>, <독전>, <한 솔로> 세 편을 봤고, <데드풀2>는 스킵했다. <데드풀2>는 이제 시간이 좀 생겼지만 볼지 안 볼지 잘 모르겠다. 가고 싶었던 영상자료원엔 정성일 평론가의 토크를 듣는 것 외엔 가지 못했다. 오즈의 <동경의 황혼>을 그날 낮에 후배를 만나느라 보지 못해 아쉽다. 그치만 그날 먹은 마라탕은 맛있었다.(신촌 라화쿵부)

 

 6월의 첫날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제인 호킹을 연기했던 펠리시티 존스가 출연하는 <라이크 크레이지>를 볼 것이다. <허트 로커>로 인상적이었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디트로이트>가 보고 싶고, 이자벨 위페르의 <미세스 하이드>는 궁금하긴 하지만 잘 모르겠다. <쥬라기 월드> 시리즈 새 영화도 좀 고민. 이번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초청작인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는 꼭 보고 싶다. 아직 누벨바그 영화를 많이 못 봤기 때문에 볼 수 있을 때 좀 챙겨보고 싶다. 614일 개봉. 가장 기대작은 웨스 앤더슨의 <개들의 섬>. 21일 개봉한다. 이건 꼭 영화관에서 봐야하는 영화일 것이다. 그리고 연달아 개봉하는 기대작. <시카리오>의 속편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27일 개봉한다. 드니 빌뇌브가 연출하지 않았다는 것이 기대감을 많이 낮추지만, 그래도 각본가(테일러 쉐리던)가 동일하니 믿고 봐도 될 것 같다.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도 재개봉한다는데 러닝타임이 거의 세 시간에 가까워 보기 무섭다. 아무튼 적어도 세 번은 영화관에 갈 것 같다. 집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구할 수 있다면 오즈의 영화를 위주로 보고 싶다. 요즘 스시도 맛있고 아무튼 일본이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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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본 영화 중 가장 좋았던 것은 아무래도 <카게무샤>, <7인의 사무라이>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말 그대로 넘사벽. 그렇지만 이에 못지않게 <아무르>도 좋았다. <스틸 라이프><안티 크라이스트>는 감독의 이름값에 불구하고 조금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영화들을 제치고, 이 글을 쓰는 지금이 20185월 시기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가장 의미 있는 영화는 <버닝>일 테다. 개봉한지 꽤 지난 지금도 <버닝>에 관한 얘기와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말로 정성일 평론가와 허문영 평론가의 <버닝> 평이 궁금하다. 그리고 그 글을 본다면 아마 <버닝>의 두 번째 관람을 참지 못할 것 같다. 계속해서 오랫동안 생각나는 영화이다. 이창동 감독으로선 <버닝>으로 칸에서 수상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내가 이렇게 까지 했는데?’라는 심정.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레버넌트>를 통해 아카데미상을 받고 느꼈을 심정과 비슷할 것 같다. ‘내가 이렇게 까지 했잖아.’ 과연 이 이상의 이창동 영화가 또 나올 수 있을까. 호불호를 떠나서 작품성, 예술성으로는 <버닝>이 그의 최고의 영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아니 <버닝>은 한 예술가가 이룰 수 있는 꽤 높은 단계의 성취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영화였다. 그냥 지나가기엔 아쉬운 영화다. 그래서 원래 이런 부문을 만든 적이 없지만, 나라도, 조금이라도 이를 달래기 위해, 단순 필요에 의해, 이 부문을 급히, 번개 같이 발명시킨다.(이영광 시인의 <사랑의 발명> 응용) 이번 달 최고의 캐릭터. <버닝>의 해미(진종서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