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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 관람. 2004년에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을 받은 작품이고, 놀랍게도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게 왜 놀랍냐면 남우주연상을 받은 야기라 유야는 이 영화가 첫 영화인 배우였기 때문이고, 더 놀라운 건 야기라 유야가 겨우 12살이었다는 것이다. 단연 역대 최연소 수상자. 그전까지 최연소 수상자는 <피아니스트>(2001)의 브누아 마지멜이었고 당시 27세였다고 한다. 다 떠나서 아역에게 남우주연상을 수여한 것 자체가 최초. 2004년 칸영화제는 <올드보이>가 경쟁부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던 때였는데, 당시 여러 언론들이 화제의 영화의 주연인 최민식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예상했었다고 한다. 그니까 이 12살 배우의 등장이, 최민식을 세계가 인증하는 대배우로, 세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칸 남우주연상 수상자’라는 감히 함부로 할 수 없는 명예를 얻을 수 있던 기회를 앗아가 버린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쉽다. 아쉬워서 그런지 질투의 눈으로 영화를 보았다. 이 꼬마가 얼마나 연기를 잘했길래 하며. 하지만 질투와는 상관없이 이 배우가 이 정도로 역대급 상징으로 남을 정도의 연기를 했는가를 냉정히 생각해보면, 그 정도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말 그대로 연기 퍼포먼스 그 자체보다는 ‘상징성’이 야기라 유야에게 상을 준 것 같다. 그러므로 연기 그 자체가 아닌 ‘상징성’ 같은 연기 외적인 요소로 연기상을 받았다면, 그 상징성을 만들어 낸 공은 당연히 감독에게 있을 것이다. <화씨 911>에 황금종려상, <올드보이>에 심사위원대상을 준 칸은 <아무도 모른다>에도 뭔가 상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아무도 모른다>는 충분히 그럴만한 영화이다, 는게 내 평이다. 경쟁작 중 수상작인 <화씨 911>은 역대급 상징적인 다큐멘터리 영화이고, <올드보이>는 당시 심사위원장인 쿠엔틴 타란티노의 취향을 완벽하게 정조준한 영화였다. <아무도 모른다>에게 줄 수 있는 건 남우주연상 밖에 남지 않았던 것 같고, 아역 배우에게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의미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에게 더 좋은 상을 주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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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여태까지 본 영화중에서는 <아무도 모른다>가 베스트. 칸은 아마 2004년을 계기로 고레에다 히로카즈에게 상 하나를 빚졌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가족>은 생각보다 별로 일수도 있겠다는 예상을 해본다. 황금종려상을 받은 <어느 가족>을 제대로 보기 위해 고레에다의 전작들을 보고 있는 중이라, 자꾸 영화제 수상에 관한 관점으로 영화를 보게 된다. 내일은 <하나>를 볼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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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속 아키라는 딱 한 번 웃었던 것 같다. 엄마가 만들어 놓은 규칙으로 때문에 동생들은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동생 시게루는 베란다에 떨어뜨린 물건을 잠깐 주으러 나가는 것도 하지 않을 정도로 이 규칙은 절대적이다. 그러다 어느 날 지친 동생들을 위해 아키라는 큰 결심을 내린다. 동생들과 모두 함께 외출을 하겠다는 결정. 아키라는 신발장에서 동생들의 신발을 꺼낸다. 동생뿐만 아니라 신발들에게도 이는 오랜만의 외출일 것이다. 엄마의 절대적인 규칙을 어기고, 신발을 꺼내며 설레어 하는 동생들을 바라보는 아키라. 아키라도, 아키라를 보고 있는 우리도, 미소가 지어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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