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일본 작가가 쓴 책, 문학/비문학 포함 모든 글들에 대해 엄청나게 큰 편견이 있었습니다. ‘일본 작가의 책은 구릴 것이다. 설사 구리지 않더라도 내 스타일은 아닐 것이다.’는 편견. 꽤나 오래 전부터 박힌 이 생각은 무럭무럭 컸고 이제는 글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까지, 예컨대 영화를 꽤 많이 본다고 생각하는데도 한 해 동안 본 일본 영화가 한 편 될까 말까 하는 수준이 돼버렸습니다. (올해는 이미 <너의이름은.>을 봐버렸네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일본인 전부는 아니지만 적어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만은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사실 ‘마음이 생겼다’는 것은 너무 약한 표현이고 정말 읽고 싶어졌다, 고 그동안 편견에 빠져 미워했던 일본 작가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뭐 그들은 딱히 신경 쓰지 않겠지만요.
정말 읽고 싶어진 이유는 우선 무라카미 하루키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30년이 넘게 작품 활동을 해 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내 자신이 아직까지 뭔가 ‘오래’한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뭔가 오래 동안, 꾸준히 해 온 사람은, 그 활동의 결과를 떠나서 어느 정도 높게 평가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근데 하루키는 결과까지 전 세계적인 독자들의 평가로 인정받았으니 저로써는 읽고 싶지 않을 이유가 없어진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무엇보다 이 작가는 단순히 일본인이기 때문에 싫어할 수는 없는 사람이다, 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30년 넘게 소설을 쓴 소설가에게, 소설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에 대해 담백하고 솔직하게 털어 놓은 이 책을 통해, 이 사람이 정말로 좋은 사람인가에 대해서는 확신하진 못하겠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 역시 많은 작품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소설이나 다른 글쓰기와 관련해서는 나와 비슷한 생각과 가치관이 있는 사람임을 알았습니다. 이것이 내가 이 작가의 책을 너무나도 읽고 싶은 두 번째 이유입니다. (어떤 가치관이고 어떤 생각인지는 직접 책을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래서 진짜로 그의 소설을 읽을 생각인데, 작품이 너무 많아 어느 것부터 읽어야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는 거짓말이고, 사실 책을 다 읽어갈 즈음 한 작품이 떠오르긴 했습니다. 바로 <1Q84>. 제목 자체가 특이해서 이 책이 한창 유행일 때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하루키가 쓴 작품인지는 몰랐었습니다. 이제 알았으니 한 번 읽어 보겠습니다. 참 기대됩니다. 꽤 길어서 언제 다 읽고 언제 독후감을 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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