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클라스 2화
(JTBC 2017년 3월 12일 방영)
기다리고 기다리던 2회가 드디어 방영했는데 막상 방송할 즈음엔 다른 일 때문에 이제야 보게 됐다. 늦은 만큼 더 세세히 리뷰.
차이나는 클라스, 유시민 작가 특강 : '민주주의가 뭔데?' 제 2화
1화의 마지막, "민주주의가 뭔지 도대체 모르겠다."는 딘딘의 질문에 이어서 시작되는 2화. 그에 대한 유시민 작가님의 대답이 궁금했었는데, 그 대답은 생각보다 간단했고, 그 질문이 나왔을 때의 분위기도 예고편과 달리 전혀 극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시사교양프로그램의 예고편에 농락당한 것 같다...
딘딘 : "지금까지 긴 시간동안 여러 이야기를 들었는데, 민주주의는 그냥 소란스럽기만 하고 난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에 대한 유시민 작가님의 대답은, "왜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세요?" 였다. 1화에서 출연자들은 강의 초반에 '민주주의'하면 떠오르는 단어나 문장을 두 개씩 썼었는데, 유시민 작가님은 위 말에 이어서 지금 생각나는 단어가 무엇이냐고 딘딘에게 물었다. 그러자 딘딘이 대답이 바뀐 것. “거봐 바뀌었잖아요.” 지금 이 시간 때문에 딘딘이 달라진 것이다. 그게 학습이다. 끝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게 공부다. 그게 이 클라스의 의미다. 라고 말하자 그러자 딘딘이 기분이 금세 풀려버렸다.
저 대답이 민주주의가 뭔지 대체 모르겠다는 학생에게 완벽한 답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도통 모르겠는, 답답한 그의 상태를 이해해주며, “그게 정상이다.”, “앞으로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는 얘기를 해주자 학생은 바로 힘을 얻고 다음 수업을 계속 들을 수 있게 됐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좋은 선생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을 추가로 얻게 되었다. 개이득*^^*
- 제대로 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유시민 작가는 다수의 시민이 마음을 먹었을 때 평화적이고 합법적으로 권력을 교체할 수 있으면 그것이 민주주의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역사를 통해 보자면 그 민주주의가 왔다갔다 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승만 정부에는 선거제도가 있었으나 부정선거가 많아 교체를 할 수 없어 12년 간 장기 집권이 일어났고, 그 후 1960년 4.19 혁명으로 정권 교체가 일어났다가, 다시 1년 만에 박정희가 5.16 군사정변 쿠데타로 국회를 해산해버렸다. 그리고 18년 동안 장기 집권을 하다가 2인자의 손에 암살당했고, 전두환이 다시 등장해 8년 동안 집권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민주국가다'라고 말할 수 있던 시기는 1987년 직선제 개헌이다.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이한열 열사 사망 사건)
그 때 1987년 직선 개헌을 만든 것이 6월 항쟁이다. 이한열 열사가 연세대학교 앞 시위 참여 중 최루탄을 직격으로 맞아 사망한 것이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렇게 평화적이고 합법적으로 권력교체가 불가능한 사회에서는 혁명이, 그에 따른 희생이 필연적인 것이다. 왜냐면 권력자를 바꾸려는 합법적인 제도를 만들려면 바로 그 권력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권력자는 보통 그런 것을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 그들을 시민들의 힘으로 밀어내지 않고는 그 제도를 만들지 못하는 것이 당연. 따라서 국민의 뜻의 따라 권력교체가 가능한 제도를 만드는 싸움, 즉 민주화 운동이 필요한 것이라고 유시민 작가는 말한다. 막연하게만 느끼고 있던 민주화 운동의 필요성이 제대로 와 닿아 좋은 부분이었다.
이와 관련 또 기억해 두어야 할 사건이 바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다. 이런 민주화 운동을 하던 서울대 재학생 박종철 학생이 고문을 받고 죽게 된다. 그러자 공안당국은 ‘책상을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라고 발표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사건 등으로 결국 참다못한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고, 결국 전두환 정부는 시민들의 요구를 수용, 6.29 선언으로 직선제 부활 등을 선포하게 된 것이다.
- 민주주의는 언제나 좋은 결과를 보장하나?
민주주의는 참 좋아 보인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것을 보고 우리는 당연히 이런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뭐야, 민주주의 좋다 좋다하는데. 우리는 탄핵될 대통령을 뽑은 거잖아. 이상한 사람이 권력을 잡게 했잖아. 이거 좋은 제도인거 맞아? 민주주의 구린 것 아니야?
그 당연한 생각, 당연한 오해에 대해 유시민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민주주의는 선거해서 덕이 있고 유능한 좋은 사람을 뽑는 제도가 아니라고. 표 많이 얻는 사람이 권력을 얻는 제도일 뿐이라고. 표 많이 얻은 사람이 유능하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쓸모없고 가치 없다는 의심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뭣 하러 투표하지라는 자괴감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큰 오해라고 유시민 작가는 강조한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정말 이상한 사람이 권력을 잡아도, 그 사람이 나쁜 짓을 엄청 많이는 하지 못하게 하는 것, 그렇게 하는데 적합한 제도라는 것이다. 작금의 이 사태도 그나마 민주주의라서 이 정도에서 멈춘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민주주의는 다수의 국민이 마음만 먹으면 평화적 합법적인 권력교체가 가능한 제도이고, 그것이 핵심적 장점이라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다음 질문. 진보와 보수의 그 기준은 무엇인가.
진보냐 보수냐는 나누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해외파병을 찬성하냐 반대하냐, 대북정책을 온건하게 하냐 세게 나가냐 등 어떤 쟁점에 따라 나누기도 하고, 학술적으로 사람이 관성적이냐 운동적이냐에 따라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두부를 반으로 가르듯이 정확히 나뉘는 것이 문제라고 유시민 작가는 말한다. 한 사람이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보수적이면서도 다른 사안에서는 진보적일 수도 있고, 과거에는 보수적이었던 사람도 미래에는 진보적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획일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무리인 것이다. 그렇다면 보수/진보 중 어떤 것이 더 좋은 것인가. 이에 대해서도 판단이 어렵다고 한다. 이는 개인 취향의 문제이고, 역시 시기, 사회에 따라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한 사회에 진보만 있다면 해마다 혁명이 일어나는 등 사회가 아수라장일 것이고, 보수만 있다면 그 사회는 속으로 썩어갈 것이다. 진보가 바꾸려는 세상이 지금보다 더 좋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그대로 두자는 것이 보수이고, 현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바꾸려는 것이 진보이다. 진보/보수는 뭐 이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또 등장한 조승연의 짜증 발언. 유시민 작가가 한 사람을 보수/진보로 딱 구분지을 수 없다고 말하며 드는 예시 중에 이게 있었다. ‘노동 운동을 하다가 집에 와서 가정 폭력 행사하는 사람도 있.을.수.있.다.’라고 예시를 들고 모두가 웃고 있는데 거기다가 또 아는 척 한 마디. "많아~ 그런 사람들" 하. 이 발언은 일단 이런 작은 거 하나에도 또 나도 그런 사람 많이 안다고 자랑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고, 두 번째로 노동 운동하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이라 더 마음에 안 든다. ‘정치하는 사람들 다 똑같아’가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발언인 것처럼 저것 또한 농담임에도 노동 운동가들에 대한 혐오를 충분히 조장할 수 있는 발언이다. 노동 운동가들에 대한 아무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봤을 때 ‘정말 많나 보구나.’, ‘노동 운동하는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 많대~’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발언. 정말 최악이다. 제발 아는 것 많은 만큼 생각 좀 더 하고 말했으면 좋겠다.
다음으로 민주주의 이것만 알면 된다며 유시민 작가님의 ‘민주주의의 세 차원’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는데 너무 길어 앞부분은 패스하고 세 번째 ‘의식’파트만을 정리해봤다.
독일이나 프랑스, 미국(요즘 조금 이상하지만)이나 북유럽 국가 등은 민주주의가 잘 된다고 알려진 나라이다. 그 나라랑 우리나라를 비교해보면 헌법은 거의 비슷하다. 근데 왜 우리나라는 잘 안되고 잘되는 나라는 왜 잘되는 것일까?
그 차이는 의식과 문화에 있다고 유시민 작가는 말한다. 똑같은 물건이라도 잘 쓰는 사람이 있고, 못 쓰는 사람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그렇다면 잘 쓰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먼저 시민이 있어야 한다. 시민은 국민과 차이가 있는 개념인데, 국민은 그냥 나라에 태어나자마자 국민이 되는 것처럼, 시민은 주권자로서 권리와 의무를 알고 이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런 시민이 많아야 민주주의가 잘 된다고 한다.
두 번째로 그런 시민이 많을 뿐만 아니라 이런 사람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야 한다고 한다. 시민단체나 정당, 선거 등 여러 정치행동에 많이 참여해야 민주주의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서로 존중해야 한다. 그런 시민들이 상호 존중하지 않고 소수의 의견을 무시한다면 갈등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갈등 없이 평화적이고 합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민주주의가 잘 굴러갈 것이라고 유시민 작가는 말한다.
- 정치 이야기가 하기가 꺼려지는데 어떻게 하나, 이런 풍조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원래 정치 얘기는 밥 먹는 얘기처럼 자연스러워야 마땅하다. 우리가 주권자니까. 주권자로서 사회에 대해,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민주주의 경험이 많지 않아 불안해한다. 혹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과 괜히 감정만 상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걱정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유시민 작가는 강조한다. 다만 이야기를 할 때 내 생각을 전하는 데에 그쳐야 한다고 했다. 난 맞고, 넌 틀려 라는 식의 대화는 지양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싸움이 날 것이 당연하다. 서로 의견이 다르구나, 까지만 해서 서로 상대의 의견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지 않기까지, 상대가 생각이 바뀔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여행가방이다.’
미국 사학자 칼 베커(Carl Becker)
이상 미흡하지만 나름 노력한 포스팅을 마치려고 한다.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써본 것은 미약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제대로 알았으면 해서, 유시민 작가님이 말한 ‘시민’이 우리나라에 많았으면 좋겠어서, 이다.
개인적인 소감으로, 민주주의는 계속해서 발전해나가는 체계라는 것을 느꼈다.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가방, 비빔밥, 레고 등등. 그렇게 계속 발전시키려면 많은 사람들의 의식과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번 우리 힘으로 권력자를 교체한 경험을 통해서 더 수준 높은 민주주의를 이룩할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나라 화이팅.
"모든 민주주의는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p.s. 1. 딘딘도 이번 기회를 통하여 관련 가사도 한 번 써보고 발전하길.
2. 유시민 작가님 수업 진짜 한 번 듣고 싶다.ㅜㅜㅜㅜ
'TV'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상한 세월호 인양 타이밍, 그리고 음모론에 대해. 썰전 212회. (0) | 2017.03.31 |
---|---|
유시민, 이번엔 안희정에게 "수준 이하야" 썰전 211회 (0) | 2017.03.24 |
프리스타일 잘하는 방법 : 고등래퍼, 최서현(DooYoung) (0) | 2017.03.13 |
심상정 "이번엔 완주 한다" 썰전 209회 (1) | 2017.03.10 |
차이나는 클라스 - 확실히 차이나는 유시민 (6) | 2017.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