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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리뷰-리뷰

[박열] 이제훈 연기변신 성공했나

박열 (2017.6월 개봉)

- 이준익 감독 

 

 

 

 

  영화 <박열>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에 일본 정부가 사회적 혼란을 잠재우고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라는 소문을 퍼뜨려 조선인 혐오 분위기를 조장, 일본 군경과, 자경단으로 하여금 무자비한 학살을 행하게 하고 이를 묵인한 사건 관동대학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조선인 약 6000여 명이 학살당했습니다.

 

 

(사진이 끔찍해 관동대학살 사진은 생략합니다)

 

 

  주인공 박열은 그 사건이 벌어지던 당시에 일본 동경에서 불령사란 조직을 결성하여 아나키스트 활동을 하고 있던 한 청년이었습니다. 아나키스트란 쉽게 무정부주의자를 표현하는 말로, 일본 제국주의와 민족주의에 대한 저항을 하기에 매력 있는 이론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 많은 청년들이 아나키스트 신분으로 항일 운동을 하였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아나키스트로 영화 <암살>을 통해 유명해진 김원봉, 그리고 교과서에서 본 신채호 등이 있습니다.

 

 

박열 朴烈

[음력 1902년 2월 3일, 경상북도 문경 - 1974년 1월 17일 ]

 

 

  영화는 박열이 관동대학살 과정에서의 일본 정부의 만행과 이를 덮으려는 행태를 보고, 자진 투옥하여 재판을 통해 이 사건을 전 세계에 알리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줄거리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큰 사건이 없고, 영화적으로 특별히 눈에 띄는 장면도 없습니다. 중반부를 넘어서부터는 감옥 안에서 검사와 대화하는 모습, 법정에서 판사와 대화하는 모습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영화적 재미는 과감히 포기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가진 의미만큼은 어떤 다른 영화보다도 값집니다. 먼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독립운동가 박열을 우리에게 알려줬다는 점, 그리고 역시 우리가 잘 모르는 당시 일본 정부의 추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영화의 흥행 공식과는 전혀 가깝지 않은 방식, 즉 실화를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 그려냈다는 것에 감독님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이제훈 배우의 연기변신이 화제가 됐었습니다. ‘연기변신이란 말의 의미처럼 본인이 원래 갖고 있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도전했고, 연기는 완벽했지만 변신에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실존 인물인 박열이란 캐릭터가 워낙 호방하고 스웩있는 캐릭터인지라 그런 인물을 100% 구현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그 모습이 보기 좋았나? 라고 생각했을 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훈 씨는 잘못 없구요. 캐스팅이 잘못한 것 같네요.

 

 

 

 

  반면 눈에 띈 배우는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역을 맡은 최희서 배우입니다. 이준익 감독의 전작 <동주>에도 출연한 배우입니다. 동주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역이어서 활약을 하지 못했지만 이번 <박열>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 본인의 매력을 제대로 뽐냈습니다. <동주>에서도 윤동주보다 송몽규가 더 잘 보인다란 평을 하신 분들이 많았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후미코가 더 잘 보인다라는 평을 들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삭막하고 큰 굴곡이 없는 영화에, 등장할 때마다 생기를 불어넣어줍니다.

 

 

가운데 김인우 배우 분 (미즈노 내무 대신 역) 개그맨 김원효 씨를 닮으셨다..

 

 

  일본인 역할을 한 배우 분들도 열연을 펼치셨습니다. 먼저 극 중 박열과 가장 큰 갈등을 빚고 있는 미즈노 내무 대신(장관) 역을 맡은 김인우 씨의 연기가 대단합니다. 그리고 당시 일본 정부의 관료들의 연기 또한 다소 우스꽝스럽게 과장한 감이 없지 않지만, 연기는 나무랄 수가 없겠네요. 이 역시 배우는 잘못 없습니다. 특히 일본인 배우 분들 같은 경우, 자신의 나라의 추함을 드러내는 배역을 맡아 연기하기에 마음이 편치 않았을 텐데, 소신 있는 선택을 해준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들은 재일교포와 일본인으로 구성된 신주쿠 양산박이라는 극단 출신 배우 분들이라고 합니다.

 

 

왼쪽은 영화 <박열> 포스터. 박열과 후미코는 극 중 사진을 한 장 남긴다. 
오른쪽 사진은 실제 박열과 후미코가 남긴 사진. 사진에 관한 사연이 영화의 재미 포인트. 영화에서 확인하시길.

 

 

  많이들 봐주셨으면 하는 영화입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세계2차대전 당시의 독일과 히틀러를 풍자하고 우스꽝스럽게 그린 영화들은 많은데, 그에 반해 일본을 다룬 영화는 많지 않을까? 최근 <암살>, <밀정> 등이 있었지만 이런 영화들은 독립 운동가를 멋있게 보여 주는 영화지, 일본의 비꼬는 영화는 아니었으니까요. 이 영화의 흥행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아직도 과거사를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본평화헌법을 수정하여 다시 제국주의 시절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51228일에는 졸속 위안부합의로 대충 보상금만 주고 잘못을 덮으려고 하고 있구요. 우리나라에서 박열과 같은 영화를 만들지 않는 이유도 이런 일본의 눈치를 보는 행동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흥행으로 이런 의미 있는 일을 한 영화를, 이렇게나마 응원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

 

 

 

 

 

 

 

 

 

 

욱일승천기를 반으로 시원하게 갈라버리는 장면을 예고편으로 공개한 류승완 감독의 영화 <군함도>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