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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김한우 (영화 일기)

3월25일. 인디다큐페스티발/불편한영화제/에이아이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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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다큐페스티발에 다녀왔다. 홍대 롯데시네마, 위치가 아주 좋다. 건물 812관 두 관으로 진행하는 작은 영화제이다. 사실 한산 회원 중 한 명이 이곳 스탭이 아니었다면, 가지 않았을 영화제이다. 하지만 오늘 본 영화가 생각보다 좋아서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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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편한 영화제>를 보려고 선택한 날이었다. 하지만 단편이라 세 작품을 이어서 보게 되었다. 첫 번째 영화는 <친구들>. 세 친구가 동시에 감독을 한 다큐이고, 영화는 감독 중 1인인 소라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소라는 청각장애인이다. 다큐 나레이션에서도 말하고 있고, GV에서도 밝힌 바 있는데, 그들은 다큐를 찍기 전, 무슨 메시지를 담아야 할지 정하지 못 한 채 촬영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 말이 내게는 그냥 찍어야 해서, 내 주변에 있는 사람 중 가장 특별한 친구를 찍었다는 걸로 들렸다. 흔한 소재주의. 물론 그 의도는 차별에 반대하는 의도였겠으나, 시작이 불순했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 게다가 나중에 찾은 다큐의 방향도 그렇게 신선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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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편한 영화제>가 순서상 두 번째였으나,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으므로 먼저 세 번째 작품인 <도망치는 것은 비겁하지만 도움이 된다>를 얘기하려고 한다. 세 작품 중에 워스트. 세 작품 중 꼴지라 3위지만, 다른 작품과 비교하면 순위가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완성도가 많이 아쉬웠다. 이 다큐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뭔지 파악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뒤에 드러난 실상도 특별하지 않았다. 사실 좋은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었는데 무엇보다 편집 등 완성도가 너무 아쉬웠다. 인디다큐페스티발 후원 작품이라는 게 아쉬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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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오늘의 주인공 <불편한 영화제>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영화는 전라도 완주군으로 귀농한 청년 진남현 군이, 자신의 거처 주변에 불편한 영화제인 너멍굴 영화제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다큐이다. ‘너멍굴 영화제의 메이킹 필름으로 봐도 무방하다. 다큐는 이 영화제를 만드는 사람들이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회의하고, 땅을 파고, 삽질하는 모습들을 리얼하게 담는다. 인상적인 부분은 영화제의 실무적인 부분을 정하는 시간보다, 영화제의 정체성과, 해야 하는 이유 등을 서로 이야기하는 모습이었다. 이 무의미하고 돈을 버는 것도 아닌, 심지어 자비를 써가며 자신의 젊음을 소비해야 하는 일을 왜 하려는 것인가. 그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너멍굴로 달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부러웠다. 내 곁에는 왜 저런 친구들이 없을까. 왜 내 주위에는 다 편한 것만 찾는 사람들뿐인가. 왜 나만 그런 불편한 인생을 추구하고 있는가.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뭐 항상 안 풀리고 있지만, 아무튼 그럴 때마다 내가 혼자라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9월 초에 열릴 예정이라는 제 2회 너멍굴 영화제. 올해 꼭 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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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와서 <에이 아이>를 마저 다 보았다. 역시 너무 무겁다. 피노키오 이야기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이 영화는, 어느 시점부터 로봇인 데이빗이 인간이 되기 위해, 아니 엄마로부터 사랑을 받기 위해 푸른 요정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바뀐다. 근데 그 여정에서 함께 가는 동료의 캐릭터가 의외다. 일명 섹스 머신인 지골로. (주드 로의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바란다는 이런 동화적인 이야기에 왜 이런 정 반대의 캐릭터가 들어간 것일까. 그것에 대한 답을 생각할 새 없이 영화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뒤틀린다. 뒤틀리고 뒤틀리다 마침내 이천년 후 외계 생명체가 등장한다. 그들은 얼어붙은 데이빗을 부활시킨다. 부활당한 데이빗은 단 하루지만 자신의 엄마를 부활시킨다. 그리고 완벽한 하루를 보낸 뒤 같이 깊은 잠에 든다. 뭔가 해결된 것 같기도, 혹은 아무 것도 해결 되지 않은 것 같기도 한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영화이다. 컨디션 좋을 때 다시 한 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