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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무 시사회로 이주 수요일 개봉작인 <7년의 밤>을 봤다. <광해>로 천만을 찍은 추창민 감독의 신작. 장동건, 류승룡, 고경표, 송새벽 주연. 여러 기본 정보로 봤을 때 스킵 했을 영화인데, 시사회에 당첨되어 보게 됐다. 결론적으로 무료로 봐서 다행인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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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앞서 감독과 배우의 무대인사가 있었다. 멀리서 봤지만 장동건 배우는 빛났고, 목소리마저 은혜로웠다. 고경표 배우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다. 마스크가 완전 장동건 급으로 잘생긴 건 아니지만 멋있는 배우. 그리고 특별출연한 문정희 배우가 왔었고, 마지막으로 류승룡 배우가 있었다. 류승룡 배우는 영화 오프닝 크레딧에 제일 먼저 뜨는 이름이었는데 마지막에 서있어서 류 배우가 아닌 줄 알았다. 마케팅 측에서 이순서도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이 순서를 보면 딱히 신경 쓰지 않거나, 혹은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마음대로 소설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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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가 2011년 발표한 베스트셀러 <7년의 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소설을 읽어보진 못했다. 허나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로는 영화로 각색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은 작품이랬다. 난 영화를 원작과 비교하는 걸 딱히 선호하지 않으므로 소설과 차이점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이어진 GV에서 이용철 평론가와 익무 김종철 편집장은, 영화에 대한 평가보다 ‘영화와 소설의 차이점’에 대해 얘기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이미 만들어진 영화를 앞에 두고, 소설과 무엇이 다르고, 어떤 점이 나아졌고 어떤 점이 구려졌는지 얘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영화는 소설을 시각화하기 위한 예술이 아니다. 소설을 영화화하는데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 <7년의 밤>은 하나의 독립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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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소설과 비교해서 이정도까진 얘기할 수 있겠다. 영화 <7년의 밤>을 다시 ‘소설화’한다면, 그 소설은 단연코 소설 <7년의 밤>과 같은 베스트셀러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부터 영화에 대한 약간의 스포) 영화는 두 남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류승룡이 연기한 최현수는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치유하지 못한 채 자신이 아버지가 된 남자이다. 현수는 7년 전 어느 날 운전을 하다 차로 한 소녀를 치게 된다. 그리고 겁에 질린 나머지,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그 소녀를 숨 막혀 죽게 한 뒤 호수에 던져버린다. 그 소녀는 장동건이 연기한 오영제의 딸이다. 그 딸은 그 도로에 나가기 전 오영제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도망치는 중이었고, 그렇게 영제와 현수가 사건에 엮이게 된다. 영화는 사건의 전말을 전부 보여주는 와중에 중간 중간 불친절하게 현재로 돌아와 ‘살인자의 아들’로서 불행하게 살고 있는 현수의 아들 서원(고경표)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런데 서원의 동급생들이 현수를 놀리는 그 수위가 생각보다 더 세다. 알고 보니 현수가 한 소녀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댐을 개방해 마을 사람들 여럿을 죽게 만들었다는 거다.
그리고나서 영화는 다시 7년 전으로 돌아와 현수가 왜 댐을 개방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준다. 나쁜 소식은 나는 그게 별로 안 궁금했다는 것이고, 더 나쁜 소식은 그 과정마저도 재미가 없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영제의 복수심이 이해가지 않았다. 어린 딸을 벨트로 내리치던 그다. 저 남자는 왜 현수에게 복수를 하려는 것일까. 그냥 싸이코패스인건가? 그렇다면 차라리 사이코패스임을 내세워 <악마를 보았다> 급의 캐릭터를 만들었다면 재미는 있었겠다. 장동건에게 엠자 탈모를 주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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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 배우의 필모가 심상치 않다. 필모라고 해봤자 여기서는 세 작품에 대해서만 얘기할 거지만. 사실 딱히 다작 배우가 아니기도 하다. <우는 남자>의 냉혈한 킬러. <브이아이피>의 국정원 요원. 그 다음 <7년의 밤>의 아동폭력자. 앞의 두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었고, 이번 영화 역시 수위가 간당간당한 캐릭터였다. (윗 단락의 얘기와 이어 <7년의 밤> 역시 <악마를 보았다> 급으로 수위를 올렸다면 조금 더 괜찮지 않았을까.) 장동건은 왜 자꾸 이런 쎈 캐릭터만을 탐내는 것일까. 자신의 한계를 깨달은 것일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친구>의 동수 외에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없다. 그의 다음 캐릭터는 어떤 캐릭터일까. 예정돼있는 그의 다음 작품은 <공조> 김성훈 감독의 <창궐>. 김자준이라는 이름의 캐릭터로 스틸컷에는 선비 복장을 하고 있다. 착한 선비일지 흔히 말하는 ㅆ선비일지 기대가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다.
잘생기긴 진짜 졸라 잘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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