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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김한우 (영화 일기)

4월 1일. 데어 윌 비 블러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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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TA님의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 2007)를 봤다.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작품. 지난번에 본 <펀치 드렁크 러브>(2002)<마스터>(2012) 사이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퍼즐의 조각이 점점 맞춰져간다. <마스터>(2012)<팬텀 스레드>(2017) 사이에 발표된 <인허런트 바이스>(2014)를 못 봐서 이렇게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데어 윌 비 블러드><마스터>, <팬텀 스레드>와 비슷한 느낌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셋 다 한 남자가 struggling 하며 진행되는 영화이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데어윌비블러드), 호아킨 피닉스(마스터), 그리고 다시 다니엘 데이 루이스(팬텀스레드). 아직 못 본 <인허런트 바이스>에도 호아킨 피닉스가 출연하는 걸 보면 이 영화도 왠지 비슷한 느낌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허런트 바이스>를 얼른 보고 내 가설의 마무리를 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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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어 윌비 블러드>는 두 명의 남자가 서로 부딪힌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연기하는 다니엘 플레인뷰. 그리고 폴 다노가 연기하는 일라이 선데이. 둘의 family name이 재밌다. Plainview, 그리고 Sunday. (참 쉬운 단어들이죠?) 먼저 다니엘 플레인뷰는 자신의 이름답게 솔직하고 숨김없는 사람이다. ‘plain speaking’, 다 까놓고 얘기하자는 말을 자주 하기도 한다. 일라이 선데이는 교회의 한 종파의 교주이다. 교회는 일요일에 가장 핫하니 이 또한 타고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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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re will be blood. 그곳에 피가 있을 것이다. 아직은 피가 없다는 뜻으로 봐도 될까. 그러나 생각해보면 피는 한 번도 없었던 적이 없다. 피는 생명이 있는 곳에 항상 있었다. 단지 살에 뒤덮여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There will be blood.’피가 날 것이다로 읽어야 더 적절할 것 같다. 누군가 피를 흘릴 것이다. 누군가 분명 고통 받을 것이다. 피 볼 일이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 영화에는 피를 흘리는 장면이 꽤 나온다. 다니엘이 사업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몇 일꾼이 사고로 피를 흘리는 장면들이 나오고, 마지막 종교의 우두머리의 머리에서 피가 난다. 그러나 이런 직접적인 피 말고도, 피를 상징하는 것들이 역시 많이 나온다. 이 영화에서 석유는 자본주의의 피다. 정확히 말해 자본주의의 대표적 상징인 자동차’, 이 자동차의 피가 바로 석유이다. 인간이 피를 봤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지만, 인간이 자본주의의 피인 석유를 만나면, 그것은 곧 대박이다. 너무 대박이라 그 피를 온몸에 뒤집어쓰고 싶어 한다. 석유가 색깔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다. 만약 색이 있었다면. 우 그 영화는 정말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