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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의 꽤 위대한 영화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어떤 부분들이 그 위대함을 이루어냈는지에 대해 조금 더 부연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에 대해서 굳이 더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오늘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것은 그 상대역 폴 다노에 대해서이다. 폴 다노는 이 영화에서 쌍둥이로 나온다. 형 폴 선데이와 동생 일라이 선데이. 폴 일라이는 영화 초반부, 다니얼 플레인뷰에게 자신의 집 주변에 석유가 있다는 정보를 팔고나선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 관련 기사를 보다 알게 된 사실은, 원래 이 캐릭터는 쌍둥이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동생 일라이 선데이를 연기하는 연기자가 따로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촬영 과정에서 다니얼 데이 루이스의 기에 눌려 그 연기자가 영화 촬영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지자, 감독이 급하게 쌍둥이라는 설정을 넣어 폴 다노로 하여금 연기를 하게 시켰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 선택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신의 한수였다, 라는 식상한 표현밖에 떠오르지 않는 것이 슬플 따름이다. 폴 다노에게 일라이 선데이 연기를 하게 한 것은, 폴 다노가 폭발적인 연기를 쏟아내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합을 잘 맞추는데 성공했다, 는 연기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쌍둥이라는 장치가 영화의 스릴러적 요소까지 가미했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니엘 플레인뷰가 처음 선데이 집에 방문해 가족들은 만나는 장면부터 섬뜩하다. 가족을 만나기 전, 다니엘은 폴 일라이가 하는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가족 구성원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폴은 아빠와 엄마, 여동생들, 그리고 남동생이 있다고 말한 뒤 남동생만큼은 일라이라고 굳이 이름을 언급한다. 하지만 쌍둥이라고는 굳이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니엘이 가족들을 처음 만날 때, 거짓말쟁이일지도 모르는 폴 선데이와 같은 얼굴을 가진 일라이 선데이가 눈앞에 나타났을 때, 섬뜩하다. 결국 석유가 있었던 것은 사실로 밝혀지지만, 그 이후에 다니엘과 일라이가 계속해서 갈등을 빚으면서, 언제 어느 순간에 일라이가 사실은 내가 폴이었다며 본심을 드러낼지 그것이 지속적으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여러모로 정말 신의 신의 한수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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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다노 배우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 내 인생 영화 <유스>에서 처음 만나 기억해 둔 배우이며, 그 이후 <프리즈너스>의 용의자 알렉스 존스 역에서 기억한 것에 뿌듯함을 느끼게 해준 배우였다. <유스>는 노배우들로 가득한, 아니 관록의 명배우들로 가득한, 무려 마이클 케인과 하비 케이틀, 그리고 잘 모르지만 유명한 제인 폰다가 출연한 영화였다. 제목은 ‘youth’지만 영화는 youthless한 배우들이 주(主)인, 혹은 주인인 영화였다. 지미 트리 역을 연기한 폴 다노는, 영화의 곁가지 정도로, 영화 속 작은 에피소드 정도의 분량으로 소비될 이 캐릭터에 무게감을 넣는다. 그리하여 지휘자(마이클 케인)와 영화 감독(하비 케이틀)이라는 거대한 두 축에 배우(폴 다노)라는 카테고리를 동등하게 나열할 수 있을 정도로, 끌어올린다. 이 배우 정말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평론가들은 폴 다노의 베스트를 대부분 <데어 윌 비 블러드>로 뽑는 것 같다. 동의하지만, 나에겐 베스트는 여전히 <유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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