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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형제 감독의 데뷔작 <블러드 심플>(a.k.a. 분노의 저격자)을 봤다. ‘데뷔작 치고’ 말고, ‘코엔 감독 영화치고’ 생각보다 별로였다. 이 감독들도 시작은 평범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잘 만든 영화고, 세계로부터 나름 인정을 받은 영화이지만 말이다. 영화는 <파고>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하게 진행되다가 갑자기 벌어지는 살인사건. 이 급작스런 살인 사건을 수습하느라 고생하는 인물들.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희극적인 상황들, 그리고 각 인물들이 맞는 비극들, 플러스 프랜시스 맥도먼드. 이 두 영화는 이야기가 나름 흥미진진하다는 매력 포인트를 갖고 있긴 하지만, 사실 그 외의 차별성을 나는 느끼지 못했다. 살짝 덜 꼬인 이야기, 덜 매력적인 인물들, 덜 자극적인 묘사, 그리고 덜 유머러스하다는 점에서 어쩌면 쿠엔틴 타란티노의 하위호환. 오해하지 말 것. 나는 코엔 형제가 쿠엔틴 타란티노의 하위호환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코엔 형제 감독의 두 영화 <블러드 심플>과 <파고>가 타란티노 영화의 하위호환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코엔 감독은 다른 감독과 무엇이 가장 다른가. 아직 모든 작품을 다 보지 못해서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지만, 가장 좋았던 <바톤 핑크>를 두고 얘기해보자면, 이 감독은 그 어떤 감독보다 ‘블랙 코미디’를 잘 다룬다. 그 누구보다 진한 검은색이다. 특히 이 감독이 미국 감독이라는 점이 이를 더 부각시킨다. 미국만큼 블랙 코미디가 잘 어울리는 아이러니한 나라가 있을까. 아니 어쩌면 ‘블랙 코미디’라는 단어 자체가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단어일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 데뷔작에서는 이 블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그래서 별로라고 느낀 것 같다. 게다가 딱히 특별히 언급할만한 장면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갑자기 일기를 마무리 지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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