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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의 <블루 재스민> 관람. 역시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는 부담 없이 보기에 참 좋으며, 동시에 영화 하나 잘~ 봤다, 는 포만감도 준다. 이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항상 흥미진진하고, 이 이야기를 재현하는 연기자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커리어하이를 갱신한다. 이 감독의 영화를 통해 매력을 느끼게 되는 배우가 한 둘이 아니다. 이는 주연 조연 단역들 모두를 가리지 않는다. <블루 재스민>의 재스민을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을 얘기하기에 앞서 다른 배우들을 먼저 언급하자면, 최근 본 <원더휠>의 주노 템플, 저스틴 팀버레이크, 케이트 윈슬렛, <카페 소사이어티>의 제시 아이젠버그, 크리스틴 스튜어트, 스티브 카렐, 코리 스톨 등 너무 많다. 위에 언급한 몇몇 배우들은 이미 예전부터 유명했고, 내가 사랑하는 배우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각 영화에서 훨씬 더 매력적인 모습을 보인다. <블루 재스민>에서도 그런 배우들이 넘쳐난다. 샐리 호킨스는 <셰이프 오브 워터>의 그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한 솔로>에서 그렇게 매력이 없어 보이던 엘든 이렌리치도 여기에선 빛난다. 작년 <더 포스트>, <셰이프 오브 워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에서 열연했던 마이클 스털버그도 매력적이고, 진저의 못된 남자친구 바비 카나베일, 또 그의 친구로 나온 맥스 카셀라도 사랑스럽다. 루이스 C.K.가 연기한 진저의 전 남편도 한 매력한다. 그러나 이중 가장 내 눈을 사로잡은 배우는 피터 사스가드이다. 이 배우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았다. 내가 본 영화 중 기억나는 영화는 <재키> 한 편 뿐인데, 왜 이렇게 친숙한지 모르겠다. 그가 출연한 <매그니피센트7>을 한 번 더 보고 싶다. 우디 앨런 영화는 이렇게 출연한 배우 이야기만 해도 얘기가 항상 길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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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배우들이 암만 매력적이었다해도,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케이트 블란쳇이다. <캐롤>의 그녀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완전 속물적이고 이중인격인 인물인데, 최근작 <원더휠>의 케이트 윈슬렛이 연기한 지니와 비슷한 면이 있다. 자신만을 위해 모든 것을 잊고 거짓말을 하는 것. 혼자만의 상상 속에 살고 있는 것. 재스민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감상을 남긴다. 어우 저 사람 너무 추해. 난 저렇게 안 살아야지. 하지만 내 생각엔 우리 모두의 무의식 속엔 재스민이 살고 있다. 나 또한 영화를 보자마자 poor jasmine.. 이라고 읊조렸으나, 생각해보면 나 역시 속물적이다. 나는 상류층들과 어울리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그런 생각을 하며 짝을 찾기도 했고, 다른 사람의 애인을 보며 급이 떨어진다고 평가했었고, 결국 그런 애인을 만나는 그 사람 역시 나보다 아랫사람이라고 생각했었던 적이 있다. 과거형으로 썼지만 현재진행형이 아니라고 당당히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면 재스민이 불쌍해 보이고, 진저가 부러워 보인다. 하지만 내 인생으로 돌아와서, 재스민처럼 환상 속이 아닌 실제 내 삶으로 돌아와서, 나를 돌이켜보면, 과연 나는 용감하게 진저의 삶을 택할 수 있을 것인가. 진저의 삶이 옳은 거라고 마음속으로 결론을 지으면서도, 머리로는 재스민이 바라던 그 삶을 포기할 수가 없다. 케이트 블란쳇이 이렇게까지 망가지면서까지 완벽하게 그런 삶이 추하다는 것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속물스러운 것이다. 그런 나는 지금 재스민이 시궁창이라고 표현했던 동생 진저의 집보다도 못한 방 한 켠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poor 철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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